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내 의견을 존중해주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20 04:42 조회수 : 72

내 의견을 존중해주자


인생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보좌신부로 살던 시기에는 일상이 눈치를 보는 삶이었다. 하고 싶은 사목을 주관대로 밀고 나가면 되는데도 ‘내가 생각을 고집하면 주임신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 고집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편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고 결국 결정을 미루고 흐지부지하게 일을 처리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무수한 일들 안에서 정작 나는 없었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늘 주눅이 들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자존감은 무너지고 늘 주임신부의 눈치만 보면서 살았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자존감이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내가 늘 그랬다. 그러한 삶이 나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삶이 순명이기에 교회정신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내 생각과 결정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한 삶이 내 한계를 설정하는 일임을 모른 채 무기력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삶을 권리를 주임신부에게 주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정을 얻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착각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말을 참는다고, 남의 눈치를 본다고 더 사랑받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중대한 문제라 여겼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가볍게 관심을 갖다가 뒤돌아서면 잊을 수 있는 ‘남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무리하게 남들 비위 맞춰서 결국 얻는 게 뭐가 있냐고? 결국 아무것도 없으니 네가 욕을 먹고 살짝 다툼이 있더라도 그것이 정의과 원칙에 어긋나지 많는다면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약간의 시샘을 좀 받더라도 네가 하고 싶은 것은 꼭 하라고....

살면서 깨우친게 있는데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된다. 이왕 눈치를 본다면 타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눈치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날 후회를 남기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