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거꾸로 사는 사람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1-16 04:50 조회수 : 112

거꾸로 사는 사람들


오늘은 수능시험을 보는 날이다. 수험생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원해본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날씨가 우리와 반대인 남극에서는 날씨가 풀리면서 큰 얼음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와서 많이 떠다닌다. 그런데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를 보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어떤 것들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흐르지만 일부는 바람을 거슬러 흘러가는 것도 있다. 원인은 비교적 작은 빙하는 바람의 방향으로 흐르지만 커다란 빙산들은 바람보다는 조류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겨있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덩어리는 바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류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아무리 큰 물고기라도 죽은 것은 물살에 떠밀리지만 살아 있는 작은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를 수 있다. 심지어는 세찬 폭포를 뛰어오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것을 우리 삶에 적용시켜보면 자기 세계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과 자기 철학 없이 시류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확연히 다르기 마련이다. 자기 세계관 없이 시류를 쫓는 사람들은 바람이 부는대로 떠밀려가는 빙산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과 같다. 그런 사람들은 삶의 방식이 자신의 주관보다는 유행에 따라서 살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세계를 갖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길을 걷는다. 때로는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거센 시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들의 삶은 어떤 때는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행복을 자기 밖에서가 아니라 자신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밖에만 처다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심은 조류의 흐름이 아니라 바람의 방향이다. 그래서 시대에 시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방향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어렵지만 멋져 보인다.


남들이 자녀들을 과외를 시킬 때 자식을 데리고 들로 산으로 나가서 봄, 가을 들판을 함께 걸으면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헤아린다는 것은 정말이지 용기가 필요하다. 일류대학을 가기 위해 남들은 모든 것을 포기할 때,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상상하기조차 힘이 들고 솔직히 불안하다. 마치 남들이 다 뛰는데 내 자식 혼자서만 걸어가게 하는 것처럼..... 

그래도 인생의 참된 행복은 자기의 길을 자기 걸음으로 걷는데 있는 법이다. 시대의 일방적인 풍조와는 상관없이 소신을 갖고 자기 길을 걸어갈 아는 용기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