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예수 성심상과 성모상을 새로 모시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1-14 04:19 조회수 : 80

 예수 성심상과 성모상을 새로 모시면서


대림동성당에 부임을 하던날, 신자들의 환영식이 끝나고 성당을 한 바퀴 돌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성당은 제법 규모가 있었고 여러 시설들은 오랜 세월을 사용하다보니 대체로 낡았다. 그 중에서도 마당에 놓여져 있던 성모님이 살짝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성모동산의 배수에 문제가 있어서 얼마 전부터는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부임 첫날부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을것 같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에 사목회와 상의를 한끝에 성당과 교리실 그리고 주변의 오래된 물품들부터 정리정돈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낡은 것들과 시급하게 보수를 해야 할 곳이 눈에 띄기 시작해서 급한 것부터 손을 댔다. 가장 우선적으로 성당과 교리실의 조명공사를 시작으로 에어컨 교체 공사, 낡아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던 성전출입문 교체, 비만오면 누수가 되는 성전벽면과 지붕의 도색 및 방수작업, 그리고 얼마 전에는 성모동산을 정리하면서 예수성심상과 성모상을 새로 제작해서 설치했다. 돌아보면 정말이지 숨가쁘게 달려온 일 년이었다. 

 

밀라노의 한 수도원의 식당에 너무나도 유명한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있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온종일 그림을 그리는데만 열중했다. 때로는 영감을 얻기 위해 며칠씩이나 벽화에 붓을 대지 않고 그려놓은 인물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이렇게 혼신의 힘을 들인 <최후의 만찬>은 1495년에 시작해서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완성했는데, 문제는 수도원 식당에 있다보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많은 훼손이 있었다. 수도원에서 색이 바랜 그림을 복구한답시고 여러 차례 덧칠을 해서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명작을 1977년부터 외과용 메스와 현미경을 동원해서 완성 당시의 모습으로 복구를 하는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 평상시에 시설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좋은 교훈이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경당에 가면 천장에 그려져 있는 미켈란젤로의 명작인 <천지창조> 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보았는데 볼 때마다 엄청난 규모와 강렬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성화를 보는 내 마음에 서서히 감동과 경의로움이 밀려온다. 성화를 보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하느님의 메시지가 느껴져서 고개를 숙이게끔 만들어 준다. 

또 그리스도의 복음적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해 주는 조각 작품으로는 베드로 성전 안에 자리잡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 있다. 그 성상은 언제나 순례객들로 길게 줄이 서 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6세기에 만들어진 <피에타상>은 천재 음악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가장 완벽에 가깝도록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 예술 작품은 이처럼 우리 신앙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데는 누구나 동의를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성당을 건축할 때 적은 예산으로 합리적인 성당을 지으려다보니 성물은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려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전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는 규모도 좋지만 기도하기 좋은 분위기로 특히 성물에 많이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벽화나 스테인글라스, 십자가, 성모상이나 십사처상, 그리고 여러가지 아름다운 성물로 성당 안을 꾸민다면 그 작품의 가치와 함께 아름다운 기도로 채워지는 성전으로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비록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다빈치처럼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아름답고 정성이 가득한 성물로 꾸며진 성전들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