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과 예의 바른 사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1-22 05:13 조회수 : 89
감정 표현과 예의 바른 사람
우리 표현에 ‘돌부처’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싫다, 좋다’라는 표현을 해야 하는데 돌부처 같은 사람들은 불편한 일이 발생해도 싫은 표정조차 하지 않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만 감정 처리에 문제가 있거나 신중한 경우가 많다. 가장 최선은 불편해도 참을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외부 환경이나 자신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편안하다’ 혹은 ‘불편하다’로 느끼면서 행동한다. 만나는 사람이나 일들이 나에게 호의적이면 만족하고, 적대적이면 불편한 느낌이 드는게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의 마음이 상해있다면 불편한 느낌이 들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모든 사람은 불편한 느낌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좋아한다. 이런 인간 본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 광고물들이다. ‘느낌 좋은 사람’이라든가, ‘느낌이 좋은 물건’이라고 하면서 사람들의 구매욕을 충동질한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은 광고물이나 영화처럼 늘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때로는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살다 보면 견디기 어렵고 때로는 너무 힘겨운 일에 직면해서 불편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그 순간을 참고 극복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불편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도피를 선택한다. 기도하면서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은총을 달라고 기도한다. 혹은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것이다’라는 자기최면을 걸면서 불편한 느낌을 애써 외면한다. 심지어는 ‘긍정적으로 살자’라는 강력한 최면으로 불편한 자기 느낌을 무의식 안에 매장해 버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불편한 것을 억압하거나 애써 외면하다가 나중에 축적이 되어서 한계에 이르러 폭발하면 타인을 공격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이럴 때 가장 맞는 표현으로 "얌전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섭다"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함으로써 더 큰 어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표현인 ‘돌부처’는 어쩌면 인간관계 안에서는 더 부정적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다.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때 오히려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춘 행동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