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기다림과 충만함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2-05 05:37 조회수 : 77

기다림과 충만함 


어느덧 대림절이 돌아왔다. 교회에서는 이 기간 동안에 아기 예수님을 기다린다. 그러나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잘 영접하기 위하여 철저히 준비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목표로 삼아 우리들의 현실을 의미 있게 가꾸어간다. 그런데 우리의 돌아보면 기다림보다는 조급함 속에서 살고 있다. 촌각을 다투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분주한 상황 속에서는 기다림이란 매우 낯설고 불편하다. 때로는 기다린다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바쁜 나를 상대방이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가 남을 기다리는 것은 참을 수 없어한다. 그만큼 우리는 정신적인 여유 없이 각박하게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급속히 변화해가는 세상에 적응하고자 하니 자신에 대한 반성과 숙고는 점점 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심지어 어디로 가는지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리고 무작정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속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다보니 세상은 매우 역동적으로 보이나 나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무의미한 반복의 연속이다. 분주한 가운데 기다림을 못 견디는 우리는 공허함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기다림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한다. 그리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게 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길을 살피게 한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도록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분을 바라보게 한다. 그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바로 이분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득히 채워주시려고 오시는 것이다. 


교회 전례상으로 첫 시기는 대림절이다. 새해 서두에 그 해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새로운 각오를 하듯이 첫 시기인 대림절에 신자들은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부푼 가슴을 갖고 기다린다. 그분이 오시면 우리의 삶은 무의미에서 의미에로, 어두움에서 밝음에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분의 오심은 우리로 하여금 좀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게 한다. 희망을 가진 자는 자신의 현재를 잘 준비하고 가꾼다. 그래서 기다림은 설레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 설렘은 현재의 우리에게 살아가는 힘을 선사한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그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선물을 갖고 오신다. 그것은 사랑으로 충만한 구원의 선물이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적선물로 풍요롭게 채워주시고자 오시는 것이다. 그래서 대림시기에 우리의 현재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말미암아 더욱 풍요롭고 충만해지는 기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