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이제야 인사드려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2-28 05:01 조회수 : 108


어제 '오늘의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면서 죽음을 이야기 했었다. 그러면서 아직 하느님 곁으로 가기에는 준비가 안된 젊은이의 죽음을 언급했었는데, 그 어머니로부터 답신이 왔다. 답을 보면서 한참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쓴 글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아니면 아픔을 더하는 짐이 되었는지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3번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본당에서 나의 일을 열심히 도와주시는 분의 어머니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과 친구의 아버님의 소천 소식, 그리고 저녁에 은퇴 신부님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에 신학교에서 나의 스승이셨던 원로신부님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었다. 살면서 하루에 3번의 부음소식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어제 밤에는 하루를 성찰하면서 죽음을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살펴보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멀리 외국에서 아들을 보내고 슬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덤덤하게 편지를 보내주신 어머님의 글을 전해본다.


이제야 인사드려요


날씨도 너무 좋았고 

하늘도 너무 이쁜날

용환이 하느님 품에 꼭 안겨드리고 왔어요. 


짧았지만 너무 잘 살았더라고요 

호주에서도 날라온 친구도 몇 명 되었고

100명도 넘은 친구며 동료들이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휴가내어서 와주고 

한인성당 교우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신부님 집전하에 장례미사도 거룩하게 드리고 

조문객 모두가 용환이 마지막가는 길인 화장터까지 함께 걸어서 배웅해주었어요 

너무 아깝지만 

미안하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보냈어요


얼마전 함께 여행도 다녀오도록 이끄신 전능하신 주님께 감사드렸고


자살이나 마약 같은걸로 죽지않아서 너무 고맙고

아파할 때 혼자가 아니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지킬 수 있도록 해주심에  또 감사드리고

사고가 아니여서 시신도 너무 깨끗함에 그것까지도 감사드렸어요


많은 친구들이 너무 많이 슬퍼해서 되레 위로하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짧았지만 이쁜 아들 저에게 보내주셔서 행복하게 살게 해주심에 감사 또 감사드리며 

주님께 다시 돌려드리고 왔습니다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