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천둥오리의 거룩한 몸부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24 04:39 조회수 : 69

천둥오리의 거룩한 몸부림


날이 며칠 동안 제법 추워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얼어버렸다. 날이 추우면 생각나는 장소가 있는데, 낚시꾼에게는 제법 알려진 백학저수지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주변 환경이 제법 아름답고 조용해서 저수지라기보다는 호수라고 할 정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예전부터 학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늦가을부터는 고고한 날개 짓으로 유명한 학이 날아와서 머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아무 곳에서나 날개를 접지 않는다는 학이 날아와 머무는 것을 보면 그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은 짐작해마지 않는다. 그래서 지어진 이름이 백학저수지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주변에 환경을 오염시킬만한 공장이나 시설이 없기에 깨끗한 수질을 보존하고 있는 덕분에 물고기들과 새들이 사시사철 넘처난다. 겨울엔 겨울대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데 그 주역은 겨울 철새들이다. 철새들은 떼를 지어 날아와 저수지와 주변에서 겨울을 나는 것이다. 눈이라도 오는 날엔 주변의 하얀 세상 속에 철새들이 까만 점으로 어울려 또한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곳에서 근무했던 선생님으로부터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는 겨울 어느 밤에 한밤중 느닷없이 밖에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밖을 나와서 들어보니 저수지쪽에서 소리가 났다 멈추었다가를 반복했다. 다음 날에 밤에 났던 소리가 궁금해서 저수지로 가보니 놀랍고 신기한 장면을 구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천둥오리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올랐다가 있는 힘을 다해 급강하, 저수지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반복하는데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추운 겨울이 시작하면서 바깥쪽으로부터 물이 점점 얼기 시작하자 물이 모두 얼면 자신들이 머물 곳과 먹이를 잡을 공간이 없어질 것을 우려해서 본능적으로 천둥오리들이 물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호수 속으로 몸을 던져 물살을 일으켜서 어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은 날이 추워지면서 저수지가 다 얼어되고 철새들은 어디론가 떠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삶의 자리를 지키려했던 철새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잊혀지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