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화요일
성주간 화요일의 핵심은 제자들의 배신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배반을 예고하시자 제자들은 누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여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이에 예수님으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던 요한이 예수님께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대답하시면서, 빵을 적신 다음 그것을 유다에게 주셨다(요한 13,25-26).
유다가 완전히 예수님을 떠나는 상황을 오늘 복음은 이렇게 표현한다.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예수님께서 그에게 주신 빵은 그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며, 아직 회개할 시간이 있으니 회개하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예수님의 사랑을 외면하면서 빵을 받고 자신의 잘못된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유다가 밖으로 나간 시간은 ‘밤’이었다는 것을 잠시 묵상하게 된다. 밤은 시간적인 의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영성적인 의미에서 유다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상태는 ‘빛이신 예수님’을 떠나 이제 ‘사탄이 이끄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요한 3,19-20)라고 하신 말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세 번이나 당신을 모른다고 할 것도 예고하셨다. “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이냐?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요한 13,38) 그리고 말씀대로 베드로도 예수님과의 관계를 철저하게 부인하면서 모른다고 부인한다. 잠시의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예수님을 배신한 것이다. 그의 행동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유다의 배반과는 분명히 드러나는 차이점이 있다. 유다의 배반은 믿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일이고, 베드로의 배반은 용기가 부족해서 그렇게 부인한 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후에 발견된다. 유다는 예수님을 버리고 가버렸지만, 베드로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회개하면서 곧 돌아왔다. 베드로는 어둠 속으로 잠시 들어갔지만, 다시 밝은 빛 속으로 되돌아왔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말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목자를 잃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양의 모습, 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나에게 그러한 시련이 닥치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분명한 것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서 주님의 빛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무기는 강력한 도구는 ‘믿음’과 ‘기도’ 뿐이라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면서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