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전을 허물어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3-20 00:52 조회수 : 87

성전을 허물어라


예수님께서 성전을 방문하셨을 때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동전을 바꾸어 주는 환전상들이 잔뜩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화가 나시어 채찍으로 짐승들을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 엎으셨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고 말씀하셨다. 

기도하는 성전을 세속의 욕심을 채우는 장사하는 터로 만드는 것도 문제요, 더욱 큰 문제는 성전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 하느님으로 채워 있는 대신에 세속의 때와 온갖 교만과 이기심, 시기와 질투, 불신과 미움으로 인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져 썩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이 화가 나시어 채찍으로 짐승들을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상을 둘러 엎으신 것은 외형적으로 성전을 어지럽혀져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바로 썩어 부패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이라고 판단하시고 성전을 정화하고자 하심이 아니겠는가?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하신 것은, 물론 예수님 자신을 또 하나의 새로운 성전으로 가르쳐 주고자 하심도 있었지만, 썩어 부패된 우리 마음의 성전을 헐어 버리고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는 새 성전을 지어야 됨을 명령하신 것이다.

 

유명한 예술가 홀만 헌트는 성서를 기초로 하여 ‘세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성화를 그렸다. 그 성화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굳게 닫힌 성전 문밖에서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계속 문을 두드리시는 모습이 있다. 

이것은 폭력과 증오, 편견과 탐욕, 시기와 질투 및 온갖 냉소주의에 오염된 우리 마음의 성전에 예수님의 빛, 즉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선물을 주시기 위하여 문을 두드리시는 모습이요, 인간이 자기 내면의 문을 열어 회개하기를 기다리시는 모습이다. 

예수님은 부패된 우리 마음을 열고자 지금도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계신다. 어떤 때는 양심이나 이성을 통하여, 어떤 때는 경험이나 친구의 권유를 통해서, 또 책이나 방송을 통하여 우리 마음의 문을 열고자 두드리신다. 


‘세상의 빛’이라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성전 문의 바깥에는 손잡이가 없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인간 마음의 문 바깥에는 손잡이가 없으니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열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의 성전을 다시 세워야 한다. 교만과 이기심의 덩어리, 편견과 미움, 시기와 질투의 덩어리를 깨부수고 새로운 마음의 성전을 지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성전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이 하느님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46년간이나 걸처서 지은 성전을 헐어 버리시고 성전을 지으라고 하신 것은 신앙인인 우리들에게도 수십 년간 부패되고 썩은 우리 마음의 성전을 헐어 버리고 영적으로 가득한 새로운 마음의 성전을 세우라고 명령하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