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새로 서품되는 사제들을 축하드리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2-02 05:18 조회수 : 102

가장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오늘 주님봉헌 대축일이면서 서울 대교구에는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는 시간 동안 복음선포를 위한 교육을 받아온 젊은 16명의 부제들이 사제로 서품되는 대단히 기쁜 날이다.  

나는 1983년 군대에서 초코파이를 얻어먹으러 성당에 갔다가 그해 성탄절에 엉겁결에 하느님께 붙잡혀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1989년에 신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교리 지식이 부족해서 신학생 내내 엄청나게 고생했다. 그래서 늘 구교우 출신  신학생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기도문부터 각종 교리 지식이 엄청 풍부했다. 


과거에는 구교우 부모님들은 자녀들 중 하나는, 그것도 가장 사랑을 많이 주고 애지중지 키우던 맏자식은 하느님께 바치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사셨다고 하니, 하느님의 눈에는 이 얼마나 갸륵하게 보였을까? 옛날에는 자식을 많이 낳았으니 가능했지만 , 요즘처럼 하나둘밖에 안 낳는데 어떻게 신부, 수녀로 바칠 수가 있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생각은 지극히 인간적인 발상이다. 성경을 돌아보면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느님께 바치려 했을 때 자식이라곤 그밖에는 없었고, 엘리사벳과 즈가리야 또한 그 늘그막에 어렵게 얻은 귀하디귀한 요한을 하느님께 바쳤다.


살다 보면 가난하게 사는 교우들이 풍요하게 사는 교우들보다 더 마음을 열고 많은 것을 바치고, 시골에 사는 사제가 여러 가지로 여유 있게 사는 도시 사제들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식들이 많다고 하느님께 내놓을 것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요, 재물이 많다고 해서 쉽게 내놓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존경이 얼마나 마음에서 솟구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부모에게 자식을 봉헌하는 것보다 더 큰 희생과 사랑과 봉헌이 없다. 그것도 처음 얻은 자식은 첫사랑이요, 첫 열매이기에 쏟는 애정과 노력이 더욱 클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의 부모가 첫 자식 예수님을 주님께 봉헌한 것은 단순한 봉헌이 아니요,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사랑과 존경의 표시이며 자신들의 살과 피를 바친 온전한 자기 헌신이다. 


그렇다면 사제로 살아가는 나에게 맏자식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돈인가, 가족인가, 명예인가, 남들로부터 인정인가…. 정답은 당연히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다고 자신있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가? 

모세의 법에 따르면 처음으로 얻은 것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곡식이나 할 것 없이 모두 하느님께 먼저 드려야 한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을 하느님께 봉헌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니 마땅히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과 흠숭을 드려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하느님은 인간으로부터 찬미를 받으시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은총을 무한정으로 줘야하 하느님으로 자리 바꿈을 강요당하고 있다. 하느님은 , 명예, 가족, 직장, 취미, 건강 다음으로, 뒤편 보일 위치에 밀려나 계신다. 오늘 서품을 받는 사제들이 하느님의 자리를 다시 찾아 드릴 있는 존귀한 분들이 되시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봉헌함으로써 신자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제가 되시길 못난 선배 사제가 간절히 희망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