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가마우지와 행복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31 04:44 조회수 : 92

가마우지와 행복


가마우지는 새지만 수영과 잠수를 잘하기 때문에 강 안에 살고있는 물고기를 사냥한다. 중국에서는 어부가 가마우지를 배에 태워서 고기를 잡을 장소에 도달하면 가마우지를 강물에 풀어준다. 그런데 가마우지의 모습이 이상하다. 가마우지의 발에 줄을 묶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목에도 줄로 감겨 있기 때문이다.
가마우지가 물속에서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서 본능적으로 삼키려 애를 쓰지만 목에 감겨 있는 줄로 인해 삼킬 수가 없다. 어부는 그런 가마우지를 줄로 당겨서 입에 물고 있는 고기를 빼앗아 바구니에 담으면 낚시는 간단하게 끝난다. 결국 모든 이익은 어부에게 돌아가고 열심히 사냥했던 가마우지에게는 작은 물고기 한 두 마리만 주는 것으로 모든 상황은 끝난다.


이와 비슷한 일들을 지구상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80년 전에 폴란드에 있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았던 생존자의 증언에 의하면 수용소에 살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희망도 갖을 수 없었지만 그나마 꿈속에서 그리운 가족이나 친구들을 자유롭게 만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 자신들이 겪었던 극심한 고통을 이야기하지만 귀담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가족도 친구도 등을 돌려버리거나 이야기를 듣다가 자리를 뜨고 만다. 꿈속에서 조차도 아무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그것이 바로 죽음의 수용소에 갇힌 이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의 형태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냉정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거의 모든 이들이 핸드폰을 들고 영상을 보거나 문자를 보내는데 바빠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죽음의 수용소의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그리고 번번히 물고기를 빼앗기면서도 자맥질을 해야하는 가마우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분주하지만 나의 이익을 착취당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