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아름다운 비행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29 05:24 조회수 : 84

아름다운 비행


요즘 한강 하류나 넓은 평야에 가면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녁 무렵 철새들이 일정한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면서 날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멋있다. 대부분의 철새들은 날 때는 V자 형태를 유지한다. 그렇게 대형을 갖추면서 날아가는 이유는 앞에 있는 새의 날개짓으로 만들어진 부력을 이용하면 뒤에 따라오는 새들이 훨씬 쉽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들도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함께 대형을 유지하면서 날아가는 것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덜 힘이 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미물이라고 생각했던 철새들은 나름 정교한 질서를 갖고 있다. 놀라운 것은 한 마리의 철새가 처진다면 즉시 대열을 정비한다. 공동체를 이루면서 비행도 하고 함께 먹이 활동도 하는 그들이기에 나름의 팀웍과 질서를 잘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선두에서 비행하면서 방향을 잡고 무리를 이끄는 새는 우두머리이거나 경험이 많은 새들이다. 그런데 맨 앞에서 날아가는 새는 앞에서 만들어 주는 부력이 없기 때문에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만약 맨 앞의 새가 지치면 맨 뒤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면 바로 뒤에 있던 새가 앞쪽으로 나와서 역시 대형을 유지하면서 비행을 한다. 


새들은 비행을 하면서 지치면 뒤에 있는 새들이 소리를 내어 격려와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준다고 한다. 그것이 공동체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랍고도 감동적인 사실은 어떤 새가 아프거나 힘이 떨어져서 대열에서 이탈하면 다른 두 마리가 그 새를 도와주기 위해서 함께 처져서 비행을 한다는 것이다. 두 마리 새는 지친 동료를 보호해 주기 위해 그리고 다시 힘을 내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을 때까지 함께 머무는 것이다. 

그 기간이 너무 길지 않으면 떨어져 나온 대열에 다시 편입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대열에 합류한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다른 공동체에서는 배척하지 않고 기꺼이 그 일행을 합류시켜준다는 점이다. 그들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철새처럼 인간도 개인적으로는 워낙 약한 존재이기에 살기 위해서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살아왔다. 자의든 타의든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혼자라는 두려움 느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인간은 때로는 경쟁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서로를 받쳐주는 힘으로 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공동체도 앞에서 이끄는 사람은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보다 더 힘들고 더 외롭기 마련이다. 그러나 새처럼 물러서야 할 때가 되면 스스로 뒤로 물러서는 지혜와 겸양을 배워야 하는 데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인간은 그렇지 못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인간도 철새처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독선과 아집보다는 이해와 배려를 통해서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