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아버지의 사랑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10 05:10 조회수 : 93

아버지의 사랑


8일은 '어버이 날'이었다. 우리는 어버이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도 두 바퀴가 없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부모님도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이또한 올바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우리들이 소홀히 생각해왔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누가 나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내용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루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라고 말할 것이다. 내용은 우리도 잘 알다시피 두 형제를 키우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작은 아들이 자신은 독립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작은아들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몫을 나누어 받아서 고향을 떠난다. 객지에서의 삶은 재미있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산을 탕진하고 나니 그 누구도 반겨주지 않았다. 그때 실망감을 느낀 작은아들은 아버지가 생각이 났고, 그리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도 누구보다도 격하게 반겨준 사람도 아버지였다. 


인도에서 존경받고 있는 마하트마 간디가 어렸을 때 집 근처에서 파는 양꼬치구이를 너무나 먹고 싶어서 아버지 침실로 들어가 몰래 동전을 훔쳐서 사 먹었다. 고기가 너무나 맛있어서 한순간에 먹어버렸지만,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온 그는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기보다는 차라리 벌을 받을지언정 정직하게 고백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늦은 밤에 아버지에게 찾아가 직접 말씀드리기가 어려워 작은 종이에 적어 아버지의 침실 문 열쇠구멍에 끼워놓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잠에서 깨어나자 급히 아버지의 침실 쪽으로 갔다. 열쇠구멍에 있던 종이가 없어 그 구멍을 통해 방안을 살펴보았다. 아버지가 종이에 적힌 글을 읽으며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그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잘못을 정직하게 고백했는데, 그러자 아버지는 그런 그를 꼭 껴안아 주었다. 


나는 성경의되찾은 아들의 비유 간디의 에피소드의 글을 읽었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나의 아버지는 항상 가족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버지의 사랑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가족을 위해 세상의 세파를 온 몸으로 겪으면서도 힘들다는 내색도 별로하지 않는다. 아마도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고, 당신이 무너지게 되면 당신을 믿고 살아가는 가족이 고통스러워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도 고달픈 존재를 꼽으라면, 나는 서슴치않고 아버지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분들은 모든 걱정과 고통을 털어놓지 못한 가슴속에서 삭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아버지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