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부활 신앙에 이르는 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05 22:42 조회수 : 79

부활 신앙에 이르는 길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이렇게 시작되는 예수 부활 대축일의 복음 말씀은 언제 들어도 우리의 마음을 신선한 신앙 기쁨으로 설레게 한다. 복음은 예수님의 부활을 처음 알아보고 믿는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복음서의 말씀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놀랍게도 초기 증인들조차 ‘부활소식’을 듣고 즉시 예수님의 부활을 믿었던 것이 아니었다.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바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빈 무덤’을 처음 본 마리아 막달레나의 반응은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라는 걱정이 가득 찬 ‘놀람’이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서 소식을 듣고 빈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빈 무덤’에 대한 이들의 ‘놀람’은 그들이 예수님께 대하여 갖고 있던 ‘사랑’과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가오시어 베풀어 주시는 사랑에 의해서 믿음으로 변해간다. 깊은 슬픔 속에 잠겨 있던 마리아 막달레나를 일으켜 세워 ‘빈 무덤’을 향해 가게 했던 것은 바로 예수님께 대한 사랑이었다. 황량한 무덤가에서 울고 있던 그에게 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소리를 듣고 그분이 주님이시라고 즉시 알아볼 수 있게 한 것도 사랑이었다.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와 사도들이 ‘부활신앙’에 이르기 위해서는 예수님께 대한 그들의 사랑만으로 부족하였다. 부활하신 주님께 대한 그들의 믿음은 주님께서 먼저 그들에게 사랑로 다가오셨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수 부활의 의미는 부활 성야 미사 때 있었던 ‘빛의 예식’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제시된다. ‘빛의 예식’ 때에 ‘짙은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짙은 어둠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많이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평생을 침대라는 십자가에 못 박히다시피 살아야 하는 사람들, 중병중에 있는 사람들, 극심한 가난 속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 노년의 외로움과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깊은 죄의식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런 분들이다.


예수 부활 기쁜 소식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런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참으로 모든죽음의 어둠 밝혀 있는 참빛이시라고 믿는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와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죽음의 어두운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자비로운신 그분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실 것이며,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