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커피 자판기와 대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04 03:48 조회수 : 75

커피 자판기와 대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그런지 지금은 주변에서 보기 힘든것 중에 하나가 대형 커피 자판기이다.  성당에도 로비나 만남의 방에는 어김없이 커피 자판기가 한 두대는 있었다. 미사나 모임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나 율무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커피 자판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스위치가 달려 있다. 

사람들은 동전을 넣고 블랙커피, 밀크커피, 프림커피나 율무차를 선택해서 스위치를 누르고 자신이 먹을 커피를 기다린다. 그리고는 조급한 마음으로 자신이 누른 커피가 채 나오기도 전에 손을 넣어 보기도 한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블랙커피를 누르고 밀크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지는 않는다. 만약 스위치를 잘못 눌러서 원하는 커피가 나오지 않으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마시든지, 아니면 다시 돈을 넣고 원하는 스위치를 다시 누르면된다. 


사람들은 커피를 선택해서 마실때는 참으로 쿨하다. 그런데 사람의 관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을 때가 너무도 많다. 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해놓고는 상대가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랜다. 거짓말을 하면서 믿어주기를 원하다. 말을 애매하게 해놓고는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듣고 해결해주기를 바랜다. 그러나 상대방이 바보와 철없는 아이들이 아닌 이상 그런 말을 받아들일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좋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의해 타인들에게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커피를 선택할 때보다 사람들에게 말을 할 때 더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정반대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은 상대방의 태도와 반응을 결정하는 스위치와 같다. 우리가 어떤 스위치를 누르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말은 듣는 사람의 반응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말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통로가 오염되면 아무리 깨끗한 것을 보내도 오염이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부정적인 말을 하면 상대방도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부정적인 관계가 맺어질 뿐이다.

말은 우리가 세상의 환경을 만들고, 우리의 인생을 만드는 기초자원이다. 우리의 삶과 관계는 결국 우리의 말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