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나그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03 04:48 조회수 : 77
우리는 모두 나그네
인간은 원래 채집 및 수렵 생활에서 유목 생활이라고 하는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여기저기 흘러다니며 살았다. 그러던 인류에게 농경 문화가 나타나면서 한 곳에 정착해 살기를 시작했다. 인류의 긴 역사 안에서 한 곳에 정착하는 생활은 길어도 1만여 년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런데 유랑 생활에서 정착 생활로 건너오면서 인간 세상에는 죄악이 만연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련된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유랑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사람이 그 소유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모두 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 안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그날그날 하느님께서 주시는 만나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최소한의 일용할 양식으로 사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러던 인간들이 농경 생활과 함께 한 곳에 정착하면서 소유욕이 치솟게 되었다. 더 이상 자기의 소유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고 이제는 자신의 소유물들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극은 시작이 되었다. 사람이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갖고 싶은 만큼’ 모아서 쌓기 시작한 것이다. 먹고 입는 등의 구체적 필요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지만 욕망은 한계를 모른다.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뿐 아니라 한 곳에 오래 사는 동안 사람은 자기가 본래 이 세상에서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망각해 갔다. 그러나 잊는다 해서 사실이 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람이 나그네로서의 자기 처지를 분명히 의식하고 있을 때에만 현세에서의 안정된 삶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달리는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가장 위험할 때는 말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착각해서 자세를 편하게 잡을 때 낙마를 하게 된다. 말을 탄 사람은 말의 움직임에 맞추어 몸의 균형을 잡아야만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자신이 여행 중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앙인이라면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하늘나라이고 현세의 삶은 그 여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야한다. 하느님의 백성은 타향살이하는 나그네로서 이 땅은 우리가 영원히 머물 하느님의 도성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신약에서는 세례자 요한은 예수를 새로운 모세로 묘사하면서 백성을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하시는 분으로 소개하고 있고 신앙인들인 우리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르침대로 삶을 살아야 하는 나그네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