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손이 손을 씻어준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2-12 04:39 조회수 : 66

손이 손을 씻어준다


명절마다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은 혼자 있으면 겉으로는 편해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고 불편할 때가 더 많았다. 몇년 동안 시골에서 최소한의 사람만을 만나면서 살아가던 시절에 절실하게 느꼈던 점이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의 필요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만남을 계속할 수 밖에 없고, 그 와중에 필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아무리 일회적인 만남이라도 괜시레 불편한 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 따스한 인간관계를 갖은 사람은 함께 하면 즐겁고, 떨어져 있으면 그리운 관계가 된다. 


나와 함께 살던 보좌신부님이 내일이면 새로운 발령지로 가시고 새로운 신부님이 오신다. 우리 사제들의 삶은 어쩔 수가 없다. 종이 한 장의 명령지에 따라서 삶의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 숙명이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서 새로운 임지에로 가시게 되지만 그곳에서도 나름 외로우면서도 고독함을 즐기면서 한 단계 더욱 성숙한 사제가 되시길 기원해본다. 경험상으로 외로움과 고독함은 사제의 삶을 차분하게 정리해 주었고 세월이 지나가면서 한결 성숙해진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만남도 좋지만 헤어짐도 나름 좋았던 추억이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해진 사람에게 함부로 대할 때가 있다. 혹시 내 자신도 직원들이나 봉사자들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었는지를 가끔씩 되돌아본다.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았던 학교나 본당을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안에서 이런저런 마찰과 긴장감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너무 인간적인 방법을 우선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보좌신부 때부터 나의 삶은 늘 그래왔다. 무서운 본당신부님 밑에서 시집살이도 여러 번에 걸쳐서 오랫동안 했었다. 본당신부가 되어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본당에 부임을 했었다. 


꽃향기나 강한 향을 갖은 사물의 냄새를 처음 맡을 땐 향기가 진동한다. 그러나 그 향기 속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면 밋밋하게 변해버린다. 이는 향기가 사라지기 보다는 대부분은 그 향기 속에 자신이 동화되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사람들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편하다는 핑계로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편하게 여기는 것과 함부로 대하는 것은 다르다. 편하게 대하는 것은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다. 

손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은 손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역시도 그러한 사람이었는지 오늘 하루를 살면서 되돌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