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도 바오로의 인간학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8-03 18:38 조회수 : 65

사도 바오로의 인간학


신학교 교육 과정 안에서 저학년 때에 인간학을 배운다. 그 내용은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관과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인간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다. 이때 가장 기초적인 바탕은 세상의 모든 인간은 하느님이 직접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필레몬서는 신약성서 중에서 가장 짧은 글이면서 바오로 사도가 인권에 관해서 유일하게 언급하고 있다. 사도 바오로가 필레몬에게 쓴 편지로써 그 내용은 필레몬의 소유였지만 탈출한 노예인 오네시모에 대한 내용이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오네시모를 바오로는 필레몬에게 편지와 함께 돌려보냈다. 당시는 탈출한 노예가 주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그래서 바오로는 편지에서 오네시모의 신변 보호를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다. 


필레몬서에는 인간의 소중함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 친서인 필레몬서는 노예의 신분인 오네시모의 안전을 바라는 마음과 비록 노예이지만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에 대한 존중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도 바오로는 어떤 구체적 지시를 내리기보다 오네시모에 관한 결정을 필레몬에게 맡기지만,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바오로의 인간학은 오늘날 교회의 주교나 사제들이 갖추어야 할 지도력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없는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처럼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다. 갈등은 인간의 역사에서 자주 발생했고, 그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 전쟁이다. 대다수 사람은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기보다는 항상 강자의 논리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사도 바오로 훨씬 이전부터 인간 평등에 관한 생각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들은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것에 대해서 이미 비판적이었다. 반면에 그리스도교는 노예제도에 대한 구체적 언급하지 않았고 그것은 오랫동안 비그리스도인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도 바오로는 사회제도의 변화를 통한 실제적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편지에서 오네시모가 비록 종의 신분이었지만 세례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형제가 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이미 내세운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인간의 불평등이 제도가 부실해서 생긴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이 갖고 있는 의식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바오로 사도는 필레몬이 복음의 정신으로 오네시모를 대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만나게 될 때, 가장 소중한 것은 인격체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노예 신분인 오네시모를 "종"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형제"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