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축일의 의미
7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의 축일이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로 유럽의 교회는 한없이 분열되고 위상은 추락되고 있었는데, 이때 등장한 인물 중의 대표적인 분이 로욜라 사제였다. 원래는 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기사였지만 회심을 한 후에는 예수회를 창설해서 교육과 선교를 통해서 교회 개혁에 앞장서신 분이다. 그분의 등장을 나는 ‘나비 효과’라고 말하고 싶다.
나비의 작은 몸짓 하나가 지구 반대편의 거대한 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론이 이른바 나비 효과인데, 이는 작은 행동이 예상치 못한 큰 변화를 일으킬 때 쓰이는 말이다. 곧 망할 것 같은 위기의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노력한 로욜라 사제를 보면서 비록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나의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미사를 봉헌하려고 한다.
요즘 부주임 신부가 없어서 밖에서 식사를 많이 하는데, 그때 마다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을 살펴본다. 조용히 성호를 긋고 식사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한없이 든다. 언젠가는 노부부가 식사하시는데 성호경과 식사의 기도를 진중하게 하시길래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그분들의 식사값을 말없이 계산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식사하기 전에 성호경을 그었더니, 나를 눈여겨본 할머니가 다가오셔서 “성당 다니시나봐요?”라고 물어보셨다. 조용히 웃으면서 “예”하고 답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의 마음은 한없이 기쁘다. 가끔 사회의 모임을 하다보면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을 나간 지 오래되었다고 하면서 이제 다시 나갈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성호경이라는 작은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비록 여러 가지 사정이나 게으름 때문에, 성당에 나가지 않아도 나름의 좋은 추억과 아련함을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니 신자들이 성호경을 긋는 작은 행동이 상대방과 말문을 트이게 하고, 냉담자의 고백을 끌어내기도 한다. 동시에 아련했던 성당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이나 승리를 한 후에 성호경을 긋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반갑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 손짓 하나로 교인들도 자부심과 냉담을 한 사람이라면 성당에 나가야 하는 데 하는 마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작은 몸짓 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나비효과이다.
천주교인에게 성호경이 대표적이지만, 지하철에서 묵주기도 하는 모습, 사제의 로만 컬러 등은 교인끼리는 짙은 연대감과 일치감을 준다. 그리고 비신자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침묵 속에서도 말이다. 우리가 더 부지런히 성호경을 긋고 기도해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