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생활이 거룩한 이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29 20:10 조회수 : 74
혼인생활이 거룩한 이유
요즘처럼 날이 무척이나 더우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주변 사람이 던진 농담에 미간을 찌푸리고, 내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듣는다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날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거나, 앞차가 늦게 가는 바람에 신호라도 놓치면 나도 모르게 꿍시렁 거린다.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마음의 빈곤은 하고 싶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특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세상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잔뜩 화가난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이혼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보시기에 이혼은 하느님과 부모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며 자식들에게도 상처를 주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모세는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했다고 반문한다. 이혼장에 대한 내용은 성경에 명시적 율법 조항으로 쓰여 있지는 않다. “이혼장을 써주라”는 조건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었다. 약자인 부인이 법으로 전혀 보장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본질이다. 결혼을 하다가 상대가 싫어졌다고 혹은 이런저런 사유를 만들어서 아내를 함부로 내쫓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당시에 이혼을 당한 여인은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의 환경이었기에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더 깊은 차원에서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하느님 본래의 뜻에 따르려면 자신의 생각을 비워야 한다고 하셨다. 율법을 자신들의 이기심을 위하여 악용하는 사람들의 굳어진 마음이 잘못이라고 지적하셨다. 오늘날 불행한 부부관계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해서 결국에는 무시하는 굳어진 마음에 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결혼이지만 사는 동안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식으면서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 완고하고 굳어진 마음이 커지면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다.
교회에서 결혼을 정의하길 서로 다른 두 인격체의 결합이며 두 생명의 결합이라고 하고 있다. 결혼은 흔히 사랑의 완성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결혼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평생 동안 완성을 향해서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앞에서 언급한 여유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한마음과 한 몸을 이루어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하려면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유혹들이 생긴다. 그래서 평생을 변함없이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것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감사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