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아버지와 운전 연습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7-28 20:01 조회수 : 78

아버지와 운전 연습


운전 면허를 따고 아버지로부터 도로 운전을 배울 때 내게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백미러만 보면서 운전하면 사고가 난다고 하시면서 주변의 차와 흐름을 잃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운전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된다. 가끔은 주변도 둘러보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여전히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인생은 여러 방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의 연속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반대쪽이 망가지는 삶이 되고 그러면 내 생각대로 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일과 사랑, 이기심과 희생, 고백과 침묵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잘 알면서도 삶이 바쁘다고 귀를 막고 오직 명예와 재물에만 집중하다 보면 반드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운전하다 보면 눈이 가장 바쁘다. 그렇다고 눈알을 굴리는 데 힘이 드는 것은 아니다. 뜨겁게 달궈진 엔진으로 기름을 소모하는 차가 힘들지 나는 전혀 아니다. 내가 하는 건 주변을 살피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적당히 밟으면서 운전대를 돌리는 것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삶은 시간에 의해 흘러가기에 그 흐름에 맞게 사방을 둘러보며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 흐름을 깨지면서 시선을 흘려보내면 언젠가는 사고가 찾아온다.


요즘은 사방을 둘러보지 않고 사는 고장 난 사람들 천지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앞만 보면서도 주위 눈치를 보는 것을 소홀히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배려심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하니 여러 가지로 꾸미기 바쁘다. 가면무도회에 참석하는 것처럼 모두 내면을 숨기며 산다. 그런 사람들의 내면은 음습하고 상큼하지 않다. 가식적인 삶은 오랫동안 유지하기가 힘들다. 

나는 돌아보게 된다. 나는 하느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아래에서 보면 괜찮은 것 같지만 위에서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남의 비판에 너그럽지 못하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한 꼴이 꼭 소낙비에 흠뻑 젖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때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인생이 서글프다고 느껴진다.


우리 모두 적당히 살자. 도를 넘지도 말고 그렇다고 소심하지도 말자. 지금이야말로 삶의 중심을 확인할 때다. 나는 지금 어디에 쏠려 있지는 않은가? 내려놓아야 것을 떠올리면 손가락을 모두 써도 모자랄 정도이다. 그중에 개쯤은 내려놓아도 같은데 마음이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쟁취할 없다는 깨달은 사람은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 없는지 명확하게 알기에 삶이 간결하고 부스러기가 없다. 미련과 후회를 남기는 탐욕은 우릴 불안하게 만들고 충분히 있는 것도 그르치게 만든다.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아니라 욕심을 줄이고 어느 정도 흐름을 맞추면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자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우리는 행복하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