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의 달란트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3-13 21:24 조회수 : 86

나의 달란트는?


마태오 복음 25장에 보면 주인은 세 종들에게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기고는 멀리 여행을 떠났다. 액수를 차별적으로 맡겼는지 이유는 알수 없지만, 그것은 주인의 관점에서 본 종의 깜냥대로였을 것이다. 깜냥이란 실행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 평소 종의 생활과 업무 태도에 대한 주인의 주관적인 평가였을 것이다. 종들은 주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놓고 고민에 빠졌는데, 위탁받은 돈으로 투자한다는 것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잘못 투자하면 실패해서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원금마저 홀라당 날려 먹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결과를 두고 주인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하므로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그러나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부여받은 종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지혜롭게 투자하고 충실하게 관리를 했다. 그들은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주인의 성품을 믿었다. 설령 실패했더라도 솔직하게 고백하면 용서를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맡았던 종은 그 돈을 주저함 없이 땅에 묻어두었다. 아마도 주인이 평소에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여기면서 함정이라고 여길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주인에 대한 신뢰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신뢰는 능력을 부여하고 불신은 무력감을 부여한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최고의 신뢰를 보이면 자식은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같은 나무라도 좋은 거름을 주고 정성을 들이면 대부분 좋은 열매가 열린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 굳건한 믿음을 보여주면  최선의 능력을 나오게 하는 마법이 펼쳐진다. 주인이 믿었던 종은 다섯 달란트로 믿었던 만큼의 성과를 냈고, 두 달란트를 받은 종은 주인의 신뢰에 보답하듯이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주인을 불신했던 종은 존재 가치마저 빼앗겼다. 


나는 성경의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하느님으로부터 얼마만큼의 달란트를 받았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달란트의 크기는 믿음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달란트는 내가 믿는 하느님, 내가 믿는 공동체, 내가 믿는 삶에 대한 애정만큼이다. 달란트로 표현되고 있는 능력이란 언제든지 나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믿음과 노력이 중요하다. 믿음이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고,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대로 믿음이 없다면 자기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나는 능력이 있는데 기회를 주지 않는다’라고 생각이 점점 깊어지기 때문이다. 

“자리를 비워두더라도 깜냥이 안 된 자를 임명하지 마시오.”라는 퇴계 이황 선생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