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개인의 권리와 cctv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10-22 15:19 조회수 : 172

개인의 권리와 CCTV


어제부터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중심으로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외국 여행을 할 때마다 느낀 점은 한국은 치안이 매우 좋은 나라라는 사실이다. 스페인은 사회, 경제적인 발전 수준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치안에서는 한참 뒤처져있다. 여행 중에는 소매치기부터 다양한 부분을 걱정하게 된다. 반대로 서양인들이 한국에 오면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자리에 놓고 다녀도 훔쳐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매우 놀란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치안이 좋을까? 국민성이나 도덕성이 상위권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충분하지는 않다.

 

경찰의 수준이 높고, 전 국민이 지문 날인을 하고, 총기를 비롯한 무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딜 가도 폐쇠회로라고 하는 CCTV가 24시간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묵과해서는 안된다.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의식이 안되지만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범죄를 실행하기 전에 미리 사전답사를 하는 주된 목적이 CCTV의 설치 여부와 가능한 사각지대를 찾으려는 노력 때문이다.

 

우리 성당에도 CCTV가 사방팔방에 설치가 되어 있어서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난 개인적으로는 반대론자이지만 시대의 흐름과 사고나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데는 분명히 효과가 있으니 목소리를 마냥 높일 수만은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세상이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편리함이 있다면 그로 인해서 발생되는 문제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많은 CCTV는 인권에 대한 문제를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무실에 설치해서 직원들의 근무 동향을 살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범죄예방이나 안전을 빌미로 사생활을 전반적으로 감시하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이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구의 나라들이 폐쇠회로의 효용성을 모르거나 비용이 없어서 설치를 최소화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들은 타인이 주는 피해보다는 공권력이 개인에게 가할 수 있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설치를 한 것이다. 그들은 불과 백년도 안된 시기에 치안과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공권력이 개인 생활에 개입하고 정보를 열람할 여지를 무한정으로 주다보면 무시무시한 독재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체험했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트라우마는 히틀러나 스탈린의 공포정치가 다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1982년》에서 모든 사람을 감시하며 모든 행동을 통제하는 빅 브라더의 지배를 경고한 조지 오엘이나 《감시와 처벌》에서 공공질서 유지를 내세우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비판한 미셀 푸코가 현자로 추앙을 받는 이유다. 세상은 음과 양이 섞여 있기에 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성지순례 관계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할 수 있지만, 본당 커뮤니트에 사진을 꾸준히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