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결단바위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31 04:55 조회수 : 70

결단바위


오늘이 벌써 8월 마지막 날이다. 여름이 길고 힘들었던 터라서 8월이 지나가는 것이 제법 반가운 일이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아쉬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조금만 부지런했으면, 조금만 참았으면, 그리고 조금만 배려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되새기면서 아쉬운 아침 묵상을 마쳤다. 이제 내일부터는 가을을 상징하는 추석이 다가오는 9월이 시작된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잘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여름을 돌아보면서 지나간 잘못에 대해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과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자유로를 달리다 파주 통일 전망대를 지나면서 북쪽을 바라보면 희미하게 만수산이라고 불리우는 송악산이 보인다. 임진강 건너편에 보이는 개성에서 동북쪽으로 40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송도삼절 가운데 하나인 ‘박연폭포’가 있다. 이 박연폭포로 가는 길은 편하게 가려면 자동차로 갈 수 있는 큰 길도 있으나, 산에 오르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흔히 '북성기'라는 산길을 더듬어 간다. '북성기'라는 등산로는 송악산과 천마산자락이 이어지는 곳에 있어서 산세가 다른 곳보다 거칠어 오래전부터 등산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명한 길이다. 


때로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길목을 지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결단 바위’라는 곳은 그 이름처럼 재미있는 곳이다. '결단 바위'는 산마루터기를 타고 가던 좁은 길이 뚝 끊어지는데, 그 밑은 낭떠러지이다. 만약 박연폭포로 가려면 반드시 그 길을 뛰어 넘어야만 건너편 평평한 바위에 이를 수 있다. 평지 같으면 건너뛰는 쉬운 1미터 남짓의 좁은 폭이지만 그 밑은 깊은 낭떠러지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건너뛰기를 망설인다고 한다. 아차 실수해서 떨어진다면 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발을 떼어 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다. 


일단 마음을 먹고 건너뛰면 쉽사리 뛰어 넘을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뛰어 건너야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곳을 ‘결단 바위’라고 이름짓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끝임없이 판단하고 결단하는 삶의 연속이다하지만 혹시 지금 내가 내리는 결론이 잘못된것은 아닐까?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감 때문에 별것도 아닌 일을 용기가 없어 망설이고 체념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제 결단을 내렸으면 주저없이 행동을 통해서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