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행복은 속도와 반비례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15 04:42 조회수 : 75

행복은 속도와 반비례


한국인은 늘 바쁘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 나가면 현지사람들이 우릴보고 하는 말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빨리, 빨리"이다. 매사가 느긋하게 사는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식당이나 기업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서둘러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매사를 서두르다보니 조직의 장이나 간부는 고사하고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마음을 나누기보다는 서로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바쁜 게 사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바쁜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학원버스를 타고 보습학원이나 체육, 음악 학원으로 계속 이동해서 늦은 밤에 집에 들어올 정도로 어른 못지않게 바쁘다. 부지런히 사는 것도 좋지만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음이 틀림이 없다. 이렇게 바쁘게 산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거나 행복의 크기가 더 커지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마치 바쁘게 살지 않으면 낙오자라도 되는 양 부지런을 떨고 있는 모습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낀다.


세상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온 지난 수십 년을 한번 돌이켜보자. ‘나는 바쁘게 살았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라고 애기를 할 수 있을까? 자동차를 타고 길을 달려보면 속력을 급하게 낼수록 가까이에 있는 풍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멀리 있는 풍경은 속력을 내든 안 내든 다 보이게 마련이므로 문제가 될게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가까이에 있는 풍경, 즉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 사회가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는 것은 지나친 속력으로 인해서 꼭 챙겨야하는 이웃을 잃어버렸다. 

행복이란 저 멀리에 있는 풍경이 아니라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얻어질 가능성이 더 많다. 그것은 이웃들에 둘러싸여 아옹다옹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추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 서구인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스스로 말하는 통계를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행복은 속도와 반비례한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속도를 무섭게 내는 사람들은 까닭 없이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결국에는 자신마저도 망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살다 보면 속도를 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높은 속도는 ‘어쩌다’가 아니라 '항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이 아침이나 저녁에 커피나 아니면 잔을 앞에 두고 아주 천천히 마셔보자고 하고 싶. 아침시간이라면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을, 저녁시간이면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되새겨보면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웃과의 관계를 돌아본다면 행복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