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말자!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서 나 혼자서 나름 시물레이션을 돌려보는 습관이 있다. 본당 사목이라는 것이 사목회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것이지만, 최종적인 결정과 책임은 누가 뭐래도 본당신부의 숙명이기에 늘 고민을 하고 생각을 통해서 대비를 많이 한다. 그래야 실패하는 확률도 적고 실수를 하더라도 빨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과 생각은 거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 훌륭하게 이루어냈다고 자부를 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지나간 일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했고, 다가올 일에도 지나친 상상을 그것도 부정적인 관점에서 상상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고혈압과 당뇨도 생겼다.
몇 년 전 심리학교 연구소에서 근심 걱정에 대해서 연구를 했었는데, 그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의 근심 걱정의 96%는 쓸데없고 지나친 것이라고 한다. 걱정하는 것의 40%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30%는 이미 지나가버려 손을 쓸 수 없는 과거의 일이며, 12%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남에 대한 걱정이었고, 10%는 상상으로 그려 본 질병이나 재난에 대한 염려이고, 나머지 8%만이 진짜로 염려할 문제라고 한다. 이 8% 중에서도 절반인 4%만이 현실적인 걱정이었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그러면서 걱정의 96%는 안 해도 될 염려이면서, 걱정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들이라는 결론 내렸다.
뜬금없는 소리같지만 개에게는 위궤양이 없다고 한다. 미국 시카고의 한 의사가 개에게 걱정이나 염려, 괴로움이 될 만한 일을 인위적으로 가해 보아도 위액이 과다하게 분비되거나 소화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이유는 개는 쓸데 없는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새는 이웃의 다른 새보다 더 많은 둥지나 아름답고 큰 둥지를 갖으려고 부러워하거나 염려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만이 근심할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도 매일 걱정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마태 6,31 참조)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근심 걱정과 염려 속에 살지만 그때마다 실패하고 후회한다. 사제인 나도 쓸데없는 염려와 걱정을 했음을 자인한다. 근심은 근심만 쌓이게 해 영육간의 건강을 해칠 뿐이다. 그리고 급기야는 하느님과도 멀어지게 할 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성경에는 “걱정하지 마라.”라는 말씀이 자그마치 365번이나 기록되어 있다. 1년 365일 매일 한 번씩에 해당되는 숫자이다. 아마도 지나친 걱정을 하지 말고 당신께 의지하면서 살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