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라방 성모님 발현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3-11 22:55 조회수 : 284

라방 성모님 발현


성지순례 마지막 날인 목요일에 라방 성모 발현지를 순례했다. 짜끼우의 성모 발현도 그렇지만, 라방 성모님의 발현도 베트남 신자들이 성모 신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라방의 성모님이 발현하신 1800년 전후의 배경은 베트남 중, 북부를 장악하고 있던 깐틴느(Canh Thinh)왕의 통치기간으로 베트남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매우 힘든 박해의 시기였다. 깐틴느왕은 후에(Hue) 남쪽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응우엔 안(Nguyen Thinh)이 프랑스인 주교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베트남 교우들을 프랑스의 앞잡이로 몰아세우며 가혹한 박해를 했다.

 

일부 신자들은 혹독한 박해를 피해서 수도인 후에로부터 40Km 떨어진 베트남 중부의 작은 마을 라방의 숲속으로 숨어 들어가서 힘들게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라방의 숲에 모인 신자들은 무서운 박해의 위험과 질병, 굶주림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매일 저녁 함께 모여 보리수나무 아래서 묵주기도를 드렸다. 신자들이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던 어느 날 밤, 밝은 빛에 둘러싸여 흰옷을 입은 여인의 옆에는 횃불을 들고 있는 2명의 천사 같은 어린이와 함께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이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 앞에 발현하셔서 말씀하셨다.


“믿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나의 자녀들아! 용기를 잃지 말아라. 너희가 무엇을 청하여도 나는 너의 기도를 들어 허락하였으며, 앞으로도 누구든지 나에게 청하기 위해서 이곳에 오는 사람의 기도를 나는 들어 줄 것이다.”

성모님의 발현은 박해와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던 신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고 사람들에게는 자연적인 허브를 이용하여 육신의 고통을 치료할 수 있도록 치유의 은총을 알려주셨다. 라방의 성모님은 오늘날까지 성지를 순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 중에서도 신앙의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우리를 위로하며 영적, 육적으로 치유의 은총을 내려주고 계신다.


베트남 주교단에서는 박해시기가 끝난 후 성모님의 발현하셨던 장소인 라방에 작은 성당을 건축하여 봉헌하였으며, 1901년에는 꼬뷰성당의 본당신부이며 라방 성지를 담당했던 닌 신부로 하여금 성모님의 발현에 관한 교회 공식적인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1901년 8월 6일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신자들의 정성으로 1928년에 라방 대성당을 새로이 건축하여 성모님께 봉헌하였다. 1959년 요한 23세 교황님께서는 라방을 ‘성모님의 발현 성지’로 공식적으로 선포하시고 신자들이 순례하도록 허락하셨다. 1961년 8월 22일에는 순례자들에게 전대사를 부여하셨다. 


1974 월남이 북쪽 월맹에 의해서 공산화가 이후로 라방 성모님 성지 방문이 엄격히 통제하여 왔으나 가톨릭 신자들의 뜨거운 신앙의 열정은 공산주의의 새로운 박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방 성지를 아끼고 지켜왔다. 1998라방성모님 발현 200주년 기념행사에는 하노이 대교구장이신 추기경과 교황청 특별사절단과 많은 주교들, 베트남 각지에서 모인 많은 신자들이 함께하는 거대하고 장엄한 기념미사를 행했다요한 바오로 2 교황님께서도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라방 성모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한다고축하의 메시지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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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방성지에서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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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방에서 발현하신 성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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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격으로 무너진 대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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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봉헌된 대성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