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예수님의 승천과 아름다운 은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13 04:53 조회수 : 75

예수님의 승천과 아름다운 은퇴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어느 시인의 ‘선운사에서’ 라는 시의 처음과 마지막 대목이다. '예수승천 대축일'에 제법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에 대해서 전혀 알 수는 없지만 상상의 나래를 편 나에게는 예수님이 생각났다. 


어제는 예수승천 대축일이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후 지상에서의 모든 것을 마치시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분은 생전에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사셨던 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가시는 곳마다 구름과 같은 군중을 몰고 다니시기도 한 인기스타였다. 살짝 얼굴만이라도 보고싶어했고, 옷자락에 손이라도 닿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 질 것같은 기대감에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었지만 정작 그분은 늘 고독한 분이셨다. 주님이라며 환호를 받았지만 순식간에 배신에 의해서 십자가에서 처형되신 분이었다. 그런데 그 때가 언제인데, 이 천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는 아직도 그분을 잊지 못하고 그분을 기다리고 있다. 


힘들게 피었다 잠깐의 순간에 저버린 꽃들처럼, 누구도 쳐다볼 틈 없이 그렇게 쉽게 삶을 마치신 예수님, 그분을 한참 아니 영영 기억하는 이유는 잠깐의 삶의 향기가 너무나도 우리 가슴에 배어있었고 그로 인해서 오늘 우리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돌을 두고 빵이 되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세태에 나 또한 힘을 보탠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손에 잡겠다고 달음질치는 그 경주에 뛰어든 것이 또한 부끄럽다. 전지전능한 초인이 되겠다고 그래서 천사들마저 보호하고 받쳐 줄 것이라 믿는 그 교만함이 부끄러웠다. 


권력을 탐하는 사람, 부를 탐하는 사람, 초인이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에게는 예수님의 삶은 어리석게 보였다. 인생 역전의 찬스를 한 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적으로 어리석은 삶을 사셨던 그분의 모습을 닮아가겠다고 다짐한 수많은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와 정화의 시간이다. 하지만 입술로는 회개와 정화를 노래하면서도 정작 몸과 마음으로는 빵을 구하고 권세와 영광을 얻겠다며 발버둥을 치면서 살은 우리들은 예수님을 유혹한 악마의 노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젊은 나이에 은퇴하셔서 그분이 계셨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신 것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빵을 구하고 권세와 영광을 탐했다면 억울해서라도 그렇게 일찍 시들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그분을 기껏해야 훌륭한 성현 중의 분쯤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분을 항상 기억하고 따르며 하느님이며 인간으로 그리고모든 사람의 주님으로 섬기는 이유는 아무것도 탐하지 않고 때가 되자 주저함 없이 은퇴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분만큼은 아니어도 흉내는 정도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 자신을 비우는 연습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