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아줌마의 진솔한 말 한마디
어제는 '어린이날'이고 오늘은 대체공휴일이어서 대부분 연휴로 지내고 있다. '어린이날'을 생각하면 나는 늘 떠오르는 복음이 있다. 제자들이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예수님께 묻자,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면서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답변하셨다.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이라면 어린이처럼 진솔하고 꾸밈이 없어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어느 날 훌쩍 외국으로 떠나면서 한 청년이 나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연극 동아리 학우들과 함께 공연을 열심히 준비하였다. 날마다 동아리 방에 모여 함께 연습하며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공연을 하겠다고 들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해야 할 학과 수업은 뒷전이었고 거의 6개월 동안 연극 준비에만 몰두했다.
가을 무렵, 그 학생은 학교 강당을 빌려 꿈에 부푼 공연을 열게 되었다. 그는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팔던 아줌마를 공연장에 초대하였다. 연습을 하다가 배가 고파서 간단한 김밥이나 떡볶이를 시키면 라면까지 끓여 주며 후원을 아끼지 않던 분이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공연을 무난히 끝내고 뒤풀이할 때 그는 떡볶이 아줌마에게 연극의 평을 물었다. 그분은 딱 한 마디로 “재미가 없어 공연 내내 지루했어.”라고 말했다. 청년은 그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그가 느낀 감정은 세상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른 어떤 관객보다, 그리고 계속 말려왔던 부모님 말씀보다 그 아주머니의 짧은 말 한마디가 젊은이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청년은 아주머니의 짧은 한마디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사실 아무런 선입견도 갖지 않은 아주머니의 솔직함은 생각보다도 큰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싫거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면 외면하거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돌려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타인의 말 한마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삶의 방향을 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싫은 조언보다는 아름답게 미화하려고 한다.
예수님께서도 한 어린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곧 당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그날 젊은이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힌 것은 아무런 보상이나 기대도 하지 않고 어린이처럼 느낀 그대로 말한 아주머니의 진솔한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그 젊은이는 세상을 바꾼다는 것, 다시 말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유치한 발상인가를 깨달았고, 그리고 한 평범한 아주머니의 가슴을 건드리지 못한 퍼포먼스는 결국 실패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고 한다.
"가장 훌륭한 조언은 자신이 느끼는것을 꾸밈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