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도 의사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21 05:27 조회수 : 79

나도 의사다


어제는 쉬는 날이었지만, 종합검진 때문에 서울 성모병원에 새벽 6시 30분에 가서 오전 내내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왔다. 살면서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하는 곳이 병원과 경찰서라는 말이 있다. 한번도 가보지 않고 생을 마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인생이 우리 뜻대로는 되지는 않기 마련이다. 젊었을때는 건강하다가도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고 남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생긴다. 어제 병원 방문은 그나마 종합검진으로 병이 더 커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니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 


어제 출근시간을 피해서 병원에 도착을 해서 병원 성당에 잠시 앉아서 복음묵상과 검진이 잘 끝날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를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세 마리의 개구리가 우유통에 한꺼번에 빠졌다. 첫 번째 개구리는 어떻게든 우유통에서 빠져 나오려고 처음부터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져 결국 죽고 말았다. 두 번째 개구리는 아예 처음부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듯 몇 번 허우적거리다가 죽었다. 

그런데 세번째 개구리는 지나치게 허우적거리지도, 살려는 마음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 개구리는 침착하게 자신이 물에서 헤엄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평소 물에서 헤엄쳤던 대로 우유통에서도 코를 수면 위에 내밀고 앞발로 물을 가르면서 뒷다리로 계속 우유 속을 헤엄을 쳤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자 뒷다리에 뭔가 딱딱한 물체가 자꾸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그 딱딱한 물체는 더 많아졌고 결국에는 그 덩어리를 딛고 설 수 있었다. 결국 개구리는 우유통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 딱딱한 물체는 버터 덩어리였다. 개구리가 살려고 다리를 휘젓는 사이에 우유가 버터로 변한 것이다. 


누군가 만들어 낸 이야기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교훈이라고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없이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어려움이라는 것이 예상 가능하고 대처 가능한 것들도 있지만 내 능력 밖의 경우도 있다. 

몸에 병이 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지만, 삶에 탈이 나면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주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 삶의 주치의는 결국에는 자신이어야 한다. 삶에 탈이 나면 무엇보다도 원인을 생각하는 침착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면 정신만 산만해지고 해결 방안도 나오지 않는다. 


몸에 중병이 생겨도 시술이나 치료 방법이 찾으면 나오듯, 삶이 아무리 큰 위기에 봉착했더라도 차분하게 탈출구를 찾으면 반드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여러가지로 위기의 시기라고 한다하지만 우리는 어떤 위기에 처하더라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생각해보면 위기는 포기하고 죽으라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좀더 잘살기 위해서 숨겨져 있는 방법을 찾아서 자신을 강화시키라는 기회가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