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세치 혀 때문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16 22:58 조회수 : 112

세치 혀 때문에


속담에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이런 부류의 속담은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유대교에서는 사람의 혀를 화살로 비유를 하고 있다. 칼과 같은 무기도 아니고 화살로 비유한 것이 궁금해졌다. 칼은 어떤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칼집에 다시 넣으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한번 쏜 화살은 나중에 아무리 후회해도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이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초래할 수 있기에 유대인들은 못된 언행을 살인에 비유를 한 것이다. 참회하는 도둑은 훔친 돈을 되돌려 줄 수 있지만 살인자는 나중에 아무리 진심으로 후회하더라도 피해자의 생명을 돌려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악의에 찬 말이든 무심코 던진 농담이든 한마디 말로 인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회복시킬 수 없다. 말조심에 대한 수많은 격언이나 예화가 많음에도 여전히 세치 혀로 인한 화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무책임한 말로 남의 기분을 망쳐 놓고는 “농담으로 한 것을 갖고 뭘 그렇게 예민하게 그래?”하고는 오히려 상대방을 소심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사람, 남의 약점을 들추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맹비난하는 사람, 자기 주장만 일방적으로 내세우면서 남의 말은 경청하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다. 대체로 말이 많은 사람들이 실언도 잘하고 그로 인해서 남에게 피해도 준다는 점도 명심하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글을 쓰는 동안 십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난생 처음보는 사람들과 성지순례를 갔을 때의 일이다. 그 중 유난히 금실 좋아 보이는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남편과 부인의 나이차가 상당히 있어 보였다. 그리고 부인은 일행 중에서 눈에 띨 만큼 미모가 뛰어났다. 출발 당시에는 서먹했던 사이가 며칠이 지나면서 상당히 친숙해지고 저녁에는 간단한 술도 한 잔 마실 정도의 친분이 쌓였다. 그런데 술이 거나하게 취하신 분이 그 부인을 보고 “참으로 젊고 예쁘셔서, 전 처음에 부부가 아니라 애인사이로 온줄 알았어요.”라고 실언을 한 것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졌다. 그 후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상상이 될 것이다. 지금도 하고 많은 말 중에 왜 그런 표현을 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배우인줄 알았다고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성지순례를 하는 동안에 불편했고 지도 신부인 나도 끝날 때까지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서 언어의 폭력도 신체 폭력에 못지 않은 중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무엇보다도 말로 인해서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셨을 사람의 눈과 귀는 둘씩, 입은 하나만을 만든 이유'를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간다면 말로 인한 실수의 숫자를 훨씬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