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어두움보다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10 03:45 조회수 : 61

어두움보다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


유대인들에게는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매달려 고통스럽게 돌아가셨다는 사실에서 그가 메시아가 아니었다는 확신을 주었다. 예수가 정말로 메시아였다면 좌도가 말한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그를 결코 그렇게 비참하게 죽도록 내버려 두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상을 구원하신 분이라는 것을 믿는 우리의 대답은 분명하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이 말씀은 오해의 여지없이 하느님께서 당신 외아들을 보내시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도록 허용하신 이유가 인류에 대한 극진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복음인 요한 복음 3장에서도 민수기에 나오는 ‘구리 뱀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을 맞이하실 것이라고 예시하고 있다. 구리 뱀의 일화는 “높이 들려 매달린”분을 믿는 사람은 영생을 얻게 될 것이라는 암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강조하는 말은 '믿음'이다. ‘구리 뱀 이야기’에서 핵심은 불 뱀에 물려 죽어가던 사람들이 죽음을 면하게 된 것은 구리 뱀을 쳐다보아서가 아니라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게 된다”는 전혀 믿어지지 않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바로 모세를 통해 내려진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고 따랐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그분께서 부활하시어 살아계시다”는 신앙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분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상태로 끝난 분이 아니라, 그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분이기에 우리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의 의미를 결코 잊지 말라고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일어난 죽음과 부활을 잊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인류를 사랑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잊게 되고, 더 나아가 그분의 삶 전체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잊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는 불신앙을 고집하는 사람들을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런 말씀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죄스러운 실상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빛보다는 어두움을 찾아서 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부인하고 살아가는 것은 하느님께 문을 닫아걸고, 하느님 사랑의 환하고 따뜻한 빛을 피하여 일부러 어둡고 추운 골방 속에 갇혀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말씀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