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인내를 만들어준 우물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08 22:51 조회수 : 69

인내를 만들어준 우물물 


하루는 본당의 자매님이 신부님을 찾아왔다. 부인은 신경질적인 남편과 함께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였다. 그러고는 가정이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본당신부인 빈센치오는 그녀를 자신이 소속된 수도원으로 보내며 당부의 말을 했다.

“수도원에 당도하여 문지기 수사를 만나거든 우물의 물을 퍼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 물을 가지고 집으로 가서 남편이 외출후에 돌아오거든 즉시 한 모금 마시세요. 단 삼켜서는 안됩니다. 물을 입에 물고 있으면 반드시 놀라운 일이 생길 것입니다.”


부인은 본당신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날도 남편은 늘 그랬던 것처럼 집에 들어오자마자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부인은 본당신부가 일러준 대로 얼른 물 한 모금을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물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조용해졌다. 예전 같으면 부인이 지지않으려고 악다구니로 덤볐을 것이고, 그래서 늘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은 부인이 아무 대꾸를 하지 않자 남편은 제풀에 조용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부인은 다음 날에도 같은 행동을 했다. 그녀는 그 비밀의 물에 대해서 놀라운 효과를 보았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은 자신이 화를 내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부인을 보면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부인의 변화된 모습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부인은 남편이 달라진 것에 매우 만족하여 본당 신부를 찾아가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물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본당신부가 대답을 했다. “기적을 일으킨 것은 수도원의 물이 아니었습니다. 자매님의 침묵이 남편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전에는 매번 말댓구를 해서 남편을 화나게 했지만, 이제는 당신의 침묵이 남편을 부드럽게 만든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유명한 격언 중에 부부 사이에서 힘이들고 화가 났을 때 인용되는 “성 빈센치오의 물을 마셔라”라는 것이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엎질러진 물’보다 더 거둬들이기 힘든 것이 ‘쉽게 내뱉은 말’이다. 생각 없이 툭 내뱉은 말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말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갈라설 때도 있다. 특히 상대방의 말을 듣고 감정이 상해서 되받아치는 말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말을 하기 쉽다. 남의 나라 속담이지만 마음속에 새겨두고 곱씹어 필요가 있다. 우리도 살면서 마음으로라도 입안에 물을 모금 머금고 상대를 대한다면 소중한 관계를 훨씬 지켜 나갈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