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물은 사람의 스승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6-11 03:33 조회수 : 70

물은 사람의 스승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물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스승이다”. 노자가 무슨 이유에서 물을 '만인의 스승'이라 했는지 생각을 해봤다. 물은 자연의 법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혜택을 보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은혜를 베풀고, 세상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씻어주기 때문에 스승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물은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을 담고 있는 그릇에 따라서 형태가 정해진다. 역설적으로 물의 의미처럼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가 아니라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오히려 마음의 평온함이 찾아오고, 꼬인 일도 잘 풀릴 것이라고 나는 해석했다.


사람들의 착각 중에 하나가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쩔수 없이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불평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자신은 열심히 살기 때문에 모든 결과도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세상일이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작동된다면 수시로 짜증을 내고, 그렇게 짜증 난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대한다면 기피 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스스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그나마 주변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겠지만, 자신은 소홀히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강요하고 잔소리를 심하게 한다면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를 본다면 이런 부류의 분들은 여러 가지 신경질적인 질병에 시달리며 사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과 화병은 기본이고, 심지어 심한 피부병이나 여러가지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상황을 극복해야 할까?

답을 얻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세상은 자신이 바라는대로만 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만약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극복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원하게 인정하면 된다. 


언제나 최선의 답이나 결과를 얻기 위해서 변함없이 노력한다면 남의 의지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된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내가 중심이 되어서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다음과 같은 기도는 마음의 평정심을 가져오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분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