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과도한 친절과 호의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6-27 05:00 조회수 : 98

과도한 친절과 호의


며칠 전에 한 자매가 면담을 청하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의 이웃 간의 관계에 대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무슨 말과 행동을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형식적이면서 입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친절한 말로 마치 간이라도 내줄 대하면서 다가오는데 어딘지 불편해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분명히 외형적으로 보면 내게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것 같은데 왠지 마음은 불편하고, 그렇다고 내가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경험을 누구나 한 두번쯤을 해봤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심리적이나 육체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 가운데 ‘반동 형성’이라는 게 있다.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과는 정반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인데 이는 내심으로는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인간관계 안에서 불편해지거나 때로는 불이익을 당할까봐 자기감정을 숨기고 정반대의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때로는 지나친 칭찬이나 과한 친절은 ‘반동 형성’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결론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라고 권하고 싶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살짝 경계하는 것이 좋다. 언젠가 자기 자리가 지금보다 좋아졌을 때 본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나하고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있으니 지나치게 의심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인간관계 안에서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정상적이면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과도한 친절과 호의를 베풀거나 지나치게 밀착하려 한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받아들여라. 때로는 상대가 의존적인 성격일 가능성도 있으니 부담스러워지기 전에 적정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부담감도 느끼지 않고 거리도 두지 않는다면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십상이다. 그러고 보면 주위 사람들이 내게 이유 없이 베푸는 과도한 친절이 모두 좋고 진실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