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과 오르간
예수님께서는 인간들의 관계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예수님과 인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명백하게 가르쳐 주신 것이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가지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가지에 포도가 열리려면 당연히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하듯, 인간들도 당연히 하느님이라는 생명나무에 붙어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 포도는 떨어져 나간 가지에 맺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포도나무가 맺어 주듯이 인생의 열매도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간 인간 자신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은혜로 맺어지는 것이다.
독일의 음악가에 관한 일화다. 하루는 이웃동네 대성당에서 아주 값비싼 파이프 오르간을 구입했다는 소문을 들은 음악가는 대성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청년 하나가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다. 음악가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청년에게 “오르간을 좀 연주해 볼 수가 있겠느냐?”고 정중하게 청했다. 두 번씩이나 청했으나 청년은 처음 보는 사람이 값비싼 오르간을 연주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자신이 오르간을 연주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오르간이 치고 싶었던 음악가는 인내심을 갖고 계속 기다렸고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음악가의 연주가 시작하자 듣고 있던 청년은 놀라운 반응을 보이면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누구신지 말씀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음악가의 연주 실력이 너무도 장엄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음악가는 “저는 멘델스존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하자 청년은 그 자리에서 경직되고 말았다. 이유는 유럽에서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기 때문이었다.
메델스존의 이야기가 오늘 성서 내용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오르간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오르간 소리는 연주가에 의해서 다양한 소리를 낸다. 오르간 소리는 건반을 치는대로 소리가 날 뿐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내가 하느님과 떨어져서 나만의 삶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려면 하느님이 오르간인 나를 제대로 연주하실 수 있도록 내 자신을 온전히 맡길 때 가능할 것이다. 하느님과 내 자신이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연결되어 있을 때 나는 훌륭한 신앙인으로 살 수 있게 된다.
지난 늦가을에 성당 사무실 앞에 있는 커다란 목련 나무의 가지를 과감하게 정리를 했다. 가지는 커다란데 꽃이 피지 않는 가지를 과감하게 베어낸 것이다. 가지에서 꽃이 피지 않으면 그 가지는 부피만 차지하고 때로는 바람이 불 때는 나무를 위태롭게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나도 죽어 버린 목련 나뭇가지처럼 겉만 그럴듯할 뿐 생명이 없는 삶,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영적으로죽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