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오로와 칼
조선 시대 문무를 겸비한 김종서 장군은 젊은 시절에는 오만하고 성질이 급해 황희 정승으로부터 질책을 자주 받았다. 그래서 김종서는 항상 칼을 책상 위에 놓고 생활했다. 장군이 좌의정일 때 그는 집현전에서 ‘고려사’ 편찬작업에 참여하였는데, 평상시처럼 김종서는 책상 위에 칼을 놓고 일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함께 일하던 그를 따르던 정인지가 물었다. “좌의정께서는 책상에 항상 칼이 놓여 있으니 어인 일이오? 혹 대감의 목숨이라도 노리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의지가 약해서 자칫 마음이 해이해지곤 합니다. 마음이 해이해지면 나쁜 마음이 들고, 그 나쁜 마음이 나를 죽일지도 모릅니다. 이 칼은 그럴때 내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 갖고 다니는 것입니다.”
우리 본당은 주보 성인을 바오로 사도로 모시고 있다. 바오로 사도의 성상을 자세히 보면 칼을 들고 계신다. 성인에게 칼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질문을 받는다. 성인과 칼의 의미는 예수님 만나기 전에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상기시키는 것과 또 하나 의미는 신앙을 방해하는 생각과 행위를 과감하게 베어버리겠다는 뜻과 마지막으로는 성인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의 트레폰따라고 불리우는 지역에서 레오 황제에 의해서 목이 베어지는 참수를 당하심으로써 죽음을 맞이하셨다. 바오로 사도의 칼은 그분의 삶과 죽음이 관련되어 있는데, 성인의 칼에는 그분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있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세상일은 자기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인생에서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하는 것도 마음에서 나온다.
사람은 마음이 즐거우면 하루종일 힘든 일을 하거나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지만, 마음속에 근심이 있으면 매사가 짜증이 나고 몇 백 미터만 걸어도 싫증이 나게 마련이다. 신앙의 행로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늘 유쾌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바오로 성인은 예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위해서 자기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하셨다. 신앙인인 우리들도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성인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
우리가 시험을 보러 갈 때 '떨지 말고 마음을 편히 먹으라'는 말을 주위 분들한테 많이 듣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려면 마음이 안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으면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최우선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잘 다스리는 법의 가장 으뜸은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되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나 김종서 장군처럼 해서는 안되는 것들은 마음의 칼로 단호하게 자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