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때로는 곁눈질도 필요하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14 04:52 조회수 : 70

때로는 곁눈질도 필요하다

새벽에 글을 쓰면서 라디오를 켜니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흘러 나온다. 특별한 말도 아닌데 오늘 새벽에는 가슴에 가시처럼 박혔다. 사는게 바빠서 잊고 지냈지만 늘 머리 한 구석에 늘 남아 있는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관심은 있지만 지금 당장 사는 것이 바쁘고 힘겨워서 그냥 지나치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살면서 갈등을 겪거나 답답한 일들이 닥칠 때면 삶의 방식을 변경해보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마음을 먹는다고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 길로 가봐야 딱히 삶이 달라진다는 확신도 없었고, 오히려 지금까지 쌓아온 것마저 잃을까 두려워 그냥 어쩔 수 없이 살아온 방식을 고수해왔다. 

어제는 동창사제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기 위해서 멀리 강릉까지 다녀왔다. 먼곳에서 만나는 만큼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화를 하다보면 다른 신부들에게서 부러운 모습을 발견하지만, 내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길을 간 동료 사제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내 방식대로 남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것만 염두에 두고 쉼없이 달려왔다. 라디오 방송에서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으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천을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안 들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는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이 되어버린 ‘한 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학창시절이나 보좌신부 때는 나보다 훨씬 부족한 친구가 지금은 변화를 통해서 여러 가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마도 그 신부는 방향을 잘 설정했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내 자신과 비교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왜?라는 생각도 해본다. 늘 글과 말을 통해서 ‘비교하는 삶을 살지 말자.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다.’라고 말을 해왔지만 상대방과 비교를 통해서 긍정적인 발전을 한다면 그것은 올바르고 새로운 방법이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삶의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자기 자신임을 잊어서는  된다그저  미래보다는 당장의 결과를 계산하면서 살았다면 성찰의 시간을 갖어야한다물론  자신이 전능한 존재가 아니기에 면밀한 계산을 통한 인생 설계는 불가능하다아무리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힘에 부치는 것은 분명하다다시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것은 어렵고 때론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한번쯤  삶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앞길의 방향을 맞춰갈까 하는  정도는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그래야만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보다 효율적인 삶을 살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을 곱씹어 보면서 새롭게 주어진 하루를 상큼하게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