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고정관념의 오류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09 04:06 조회수 : 82

고정관념의 오류


사람들은 조금 친해지면 혈액형을 물어본다. 아마도 혈액형에 따라서 성격도 정해진다고 믿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시키는 것을 재미나 통계적으로는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남자는 다 늑대야” 혹은 “남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애야”와 같은 말들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런 것들도 일종의 고정관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자는 수학을 못 한다거나, 나이가 들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등 성별이나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도 있고, 경상도 사람들은 이렇고, 전라도 사람들은 저렇다 하는 식의 지역적인 고정관념도 있다. 이렇게 사회적 통념처럼 된 생각들을 ‘보편적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칫 고정관념에 빠져서 사회생활을 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고정관념에 쉽게 빠져서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끔씩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인간은 생각하기 싫어하는 존재’라고 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좀 더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생각하기 귀찮아서 고정관념으로 내 방식대로 상대방을 쉽게 판단해버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우리는 고정관념을 사용한다.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옷을 고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좋은 브랜드가 좋은 옷을 만든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세 번째,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사물을 깊이 생각할 만큼 머리는 좋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유식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개론이나 머리말 정도를 읽고서는 마치 전문 서적을 읽고 공부해서 얻은 지식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네 번째, 인생의 패턴 때문이다.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 고정관념이 생기기 쉽다. 이는 맑은 물이라도 오랫동안 고이면 물이 썩어서 사용하기 어려운 물이 되는 것과 같다. 


이렇게 고정관념이 심한 사람은 대개 사람들에 대해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수준도 떨어져서 인생에서 성공하거나 대인 관계를 다양하게 갖는 데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아무리 유식해 보여도 고정관념이 지나친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어떤 집단에서든 터줏대감을 자처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존중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건강한 판단 의식을 흐트러뜨리는 행위를 하기에 공동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활짝 열고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인생의 다양함을 맛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그러면 마음이 흐르는 물처럼  신선하고 열린 사고 방식으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