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매미의 합창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03 02:41 조회수 : 68

매미의 합창


장마가 끝나고 하루종일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뜬금없이 열대야가 거의 없었던 연천이 생각났다. 산세가 깊은 곳이라서 밤에는 고라니와 부엉이의 울음소리와 새벽부터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에 잠을 깨곤했다. 가끔은 시끄럽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평생을 서울교구 사제로 살아야 하기에 특별한 이유에서 시골에 내려와서 잠시 살게 되는 경험을 했느니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 동물들과 매미들이 곁에서 잠을 깨워주는 경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거실이 시끄러워서 살펴보니 매미가 방충망에 매달려 울고 있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을 찾기 위해서 수컷이 서로 경쟁하면서 날개를 부딪쳐서 힘차게 소리를 낸다. 특히 오래된 나무가 많고 숲이 우거진 연천에는 여름이면 매미들의 합창 소리가 서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너무나 강렬하고 우렁차게 들려 가끔 수업을 방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짧은 한 주간의 지상에서의 삶을 위해서 7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땅속에서 준비하면서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들의 시끄러움도 그냥 참아줄 만했다. 마냥 미천해 보이는 매미를 통해서 나태한 나의 모습을 가끔은 돌아보곤했다. 


연천을 떠나서 서울에서의 바쁜 삶을 사는 현재 나의 모습을 살펴보면 여전히 가진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고 현재 누리고 있는 명예보다 더 인정받고 싶어 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너무나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말로는 사랑과 봉사를 외치면서도 실천은 소홀히 하고 때로는 미움과 이기심으로 일그러져 있는 나의 모습 속에서 하찮아 보이는 곤충이긴 하나 정열적이고 성실하며 희생적인 매미의 삶의 태도가 부러워지기도 한다. 


이번 여름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매미들의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 나를 돌아보고자 한다. 신앙과 사제의 삶이라는 것이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자신의 노래에 온 정열을 바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마다 잘났다고 뽐내고 자기 것만 최고로 여기며 사랑과 봉사보다는 미움과 편견으로 굳어진 무리 속에서 나오는 노래라면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노래일 수는 없다.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그것이 매미가 합창하듯 인간들이 합창해야 할 노래다. 온갖 핑계를 들이대며, 당장의 이익과 쾌락에 눈이 어두워져서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는 하느님이 주신 노래를 찾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