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당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31 04:39 조회수 : 86
침묵하는 당신
사람이 동물보다 문명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대화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분 나쁜 말을 들어서 순간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을 했을 것이다. 그럴 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지만 속으로는 화를 낼지, 받아칠지, 혹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넘어갈지 고민하므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가끔은 화가 나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상대방에게 말을 조리 있게 전달할 자신이 없어서 침묵할 때가 있다. 그런데 때로는 침묵이 의외로 상대방에게 날카로운 공격력을 발휘하고 고민에 빠트리기도 한다.
만남을 가질 때 피곤한 사람의 유형 중의 하나가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살필 줄도, 자기 말을 객관화할 줄도 모르고 말을 배설하듯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자기 기분에 따라서 말하거나 행동한다. 그런 사람과 입씨름할 가치도 없으며 말싸움을 해봤자 내 정신감정만 해롭다. 가끔 이성적으로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경고하기도 한다. 물론 대화가 통하는 상대라면 그게 상식이다. 하지만 애초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나 상황판단에 약한 사람은 며칠은 조심하는 듯해도 긴장이 풀어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런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장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따끔하게 일침을 가할 자신도, 감각 있게 받아칠 자신도,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할 자신도 없다면 차라리 침묵을 해보자. 나를 지키는 동시에 일시적으로나마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간은 본성상 자기 말에 돌아오는 반응이 없을 때 큰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당신이 반응이 없으면 상대방은 민망함을 느끼며 방금 자신이 뱉은 말을 되돌아볼 것이다.
침묵하는 사람은 절대 약해 보이지 않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오죽했으면 우리 속담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사람은 자신이 억울한 일을 겪으면 당장 분풀이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호소하고 싶은 본성이 있다. 이런 감정을 당장 발설하면 당시에는 통쾌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그런 마음은 오래가지는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반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오히려 당신이 침묵하면서 그와 다른 행동을 한다면, 상대가 흙탕물을 튀겼다고 함께 흙탕물에 들어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을 주변 사람으로부터 현명하다고 높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