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제 서품식을 다녀오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03 22:16 조회수 : 139

사제 서품식을 다녀오면서


예수회 서품식이 있어서 명동성당에 다녀왔다. 서울교구 서품식에도 몇년 동안 가지 않았던 내가 참석을 했다. 지난 가을에 이태리 성지순례를 하다가 만난 자매님의 자제분이 이번에 사제로 수품이 되셨다. 놀랍게도 순례기간 중에 자제분이 미국에서 부제품이 있었다. 그런데 이태리에 유학 중이셨던 따님인 수녀님과 함께 순례를 하시면서 열심히 기도하셨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서품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어찌되었든 소소한 인연이었지만 약속을 지키려고 나름 스케줄도 이리저리 조정을 해서 어렵게 참석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서품식에 참석한 것은 2020년 베트남 랑선에서 있었던 도안 요셉 사제의 서품식이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해서 펜데믹으로 번지기 직전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할 정도로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셨다. 도안 신부 서품식에 다녀오고는 4년 동안은 서품식에 전혀 가지를 못했다. 심지어는 내가 추천했고 8년이나 돌보았던 중국신부들 서품식 조차도 코로나로 인한 인원 제한 때문에 명동성당에서 서품식이 있었는데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심 속이 상했고 그 이후로는 후배들 서품식에는 얼씬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서품식이 없었다면 이번 주에 베트남 하노이에 갈 예정있었다. 도안 요셉신부가 대장암으로 수술도 하고 지금은 방사능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워낙 점잖은 신부라서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렇지 몸 상태가 별로 안좋은 느낌이 들어서 다시 방문을 하는 것이다. 지난 3월에도 베트남에 가서 만나고 왔었는데, 며칠 전에 전화통화를 하는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아서 다시 방문을 하려고 날짜를 보다가 어제 서품식이 있어서 다음 주로 출국을 미루었다. 

그래서 어제 서품식에서 새로 서품된 신부들에게 안수를 주면서 주님께서 새사제들에게 건강을 허락하셔서 오랫동안 주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했다.


나는 5명의 외국인 아들신부가 있는데, 베트남 신부 1명 그리고 중국 신부 4명이 있다. 5명의 신부들 모두 신학교 입학부터 서품식까지 오랜기간 함께 살아서 나름 애착이 있다. 2년 전에 서품을 받은 중국 신부들은 아직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 고향에 가서 사목을 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교회법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분들도 한국에서 어렵게 공부를 했으니 자신들의 바램대로 착한 목자로 늘 존경받는 사목을 하시길 기도하고 있다. 

나는 가끔 후배 사제들에게 말하곤 한다. 사제가 아픈 것은 하늘의 뜻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은 하느님께 죄를 짓는 행위이기에 되도록 술, 담배를 하지말고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가끔 꼰대같은 생각이 들지만 사제로 살아오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 신자들도 세상의 모든 사제와 수도자들이 영육간의 건강을 잘지켜서 주님의 사랑을 듬뿍 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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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랑선에서 도안요셉 사제 서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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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대성당에서 최재석 프란치스코 사제 서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