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스스로를 칭찬하려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던 지난 한 주간동안 날이 더워서 방 안에서 책을 읽는 것 이외는 할 것이 없었다. 원래 계획은 도안요셉 신부와 하노이에 함께 머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계획이었지만 뜻밖에도 도안 신부의 항암치료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으로 걷기가 불편해서 일정을 당겨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나의 모든 계획이 흐트러졌다. 하기야 인생이 어디 내 계획대로 된 적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러던 차에 읽고 있던 책에서 눈에 띄는 한 대목을 발견했다.
"언젠가부터 잠들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다. 하루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칭찬해 주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도 꼬리를 무는 잡생각에 쉬 잠들지 못하고 밤새도록 설치다가 아침을 맞곤 했다. 불면증이 점차적으로 심해져서 일상에 지장을 주기 시작할 무렵 해결책을 찾던 나는 누군가의 조언을 얻어서 한 가지를 시도해 봤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무언가 해낸 것이 있다면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성찰의 삶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나를 스스로 칭찬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성찰하다 보면 잘한 생각보다는 못했거나 다소 아쉬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먼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한 일의 원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여지도 없거니와 만약 기회가 있어도 자신을 칭찬한다는 게 어색하고 쑥스럽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자기 전에 무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보다는 나에게서 좋은 면을 찾아서 스스로 칭찬해 보아야겠다. 아마도 처음엔 잘되지 않을 것이다. 입 밖으로 내뱉는 것도 아니고, 머릿속으로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색하고 민망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귀찮아하는 마음을 극복하고 오늘 할 일을 끝내거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서 발 벗고 도와준 일,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칭찬할 거리가 없으면 하느님이 주신 하루를 아무런 말썽 없이 살아온 것도 칭찬할 것이다. 처음 몇 번은 민망하겠지만 익숙해지면서 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시간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 사소한 습관이 쌓이면 나의 삶도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며 남이 나의 장점을 발견해줄 때보다 스스로가 나의 장점을 발견할 때 자존감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의미 없게 지나가는 하루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노고를 또 칭찬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