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친구 관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사성어 ‘다다익선’을 우리말로 풀이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요소들이라면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이를테면 돈, 시간, 경험, 기회 등이 그렇다. 하루하루를 근근히 연명하기에도 바쁜 삶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만약 어쩔수 없이 그런 환경에 처해있다면 삶 자체가 아무래도 피곤할 수 밖에 없다. 나에게 기쁨을 주고, 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풍족하기를 기원해본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기대와는 다르게 '다다익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바로 친구관계가 그렇다. 친구관계는 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학창시절엔 하루의 대부분을 반 친구들과 한 공간에서 보낸다. 학교에서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억지로라도 무리를 지어 다녀야 하고, 원하든 원치 않든 행동을 하곤한다. 함께 좋은 행동만 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해서는 안되는 행동도 친구들에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과감하게 저지른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학창시절처럼 반 강제적으로 친구와 어울려야 하는 환경에서 벗어나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시간을 내어 인연을 이어간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세월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은 사람의 지위나 업적 그리고 재산의 많고 적음 떠나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시간의 흐름 안에서 사람은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변하는 만큼 친구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변한다. 지금까지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사람은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어긋나면 순간 당혹감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생각이 다르다는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의견이 충돌하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반복되면 친구관계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관계라면 곧 원상복구가 된다.
그래서 한 번쯤은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그들과의 관계를 돌아봤으면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한쪽만 일방적인 배려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그런 관계를 꾸역꾸역 이어가면서 나만 상처받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역설적으로 내가 친구에게 그런 존재는 아닌지를 세심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 넘는다는데 그 많은 사람 중에 나와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소수라도 좋으니 함께할 때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