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난 소중한 사람이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23 02:31 조회수 : 84

난 소중한 사람이야


아침부터 비가 퍼부었지만 도안 신부한테 송금을 하려고 서둘러 은행으로 갔다. 주변에 거래 은행이 없어서 멀리까지 가서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너무나도 지체가 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대기 순서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일을 보지도 못하자 불평과 미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 반이 지나서 내 순서가 되었고 베트남으로 송금을 다 마치고 났을 때 은행원이 나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너무 일이 늦어져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오히려 기다리지 못하고 잠시나마 조바심을 낸 내 모습 때문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데,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보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가 훨씬 소모가 크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보면 사람을 미워할 때 기준이 너무 주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어제처럼 사소한 일이나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었는데 그것이 기분을 상하게 해서 미워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을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면 은행직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고, 내가 섭섭하다고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거나 미워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를 마치면서 오전에 있었던 일을 성찰해보았다. 아무런 일도 아닌 것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미워하고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분명한 것은 내가 틀렸다는 것이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도 모양이 다른 두 퍼즐을 내가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맞춰지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만약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쉽게 생기고 스스로를 그런 감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면 그 순간에 멈추는 것이 맞다. 우리는 신앙인답게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말씀과 좋아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가르침을 말이다. 


만약 나에게 부적절한 행동으로 내 미움을 산 사람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부적절할 짓을 골라 할 테니 나 말고도 미워해줄 사람이 많을 것이니 굳이 내가 미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가장 불쌍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는 사람이다.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성공은 최고의 복수”라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의 성공은 내가 온전히 누려야 할 행복일 뿐, 복수를 위한 도구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나는 너무나도 소중해서 너를 미워하지 않을거야.” 라는 말 한마디를 기억한다면 남들을 쉽게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