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02 21:09 조회수 : 96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


코로나 시기부터 매일 묵상을 하고 그 느낌을 남기기 위해서 글을 써왔는데, 주로 새벽 시간에 작업을 한다. 대개 4시 전후로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는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기도와 신자들을 위한 기도를 한 후에 책상에 앉는다. 이른 시간이라서 찾는 사람도 없고, 울리는 전화도 없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라 묵상을 온전히 글로 표현하는데만 집중할 수 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새벽시간이 주는 고요함이 참으로 좋다. 새벽에 글을 쓰면서 신자들과 주변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모두를 안아 주고 싶을 만큼 행복한 마음을 갖기를 바라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온하고 여유 가득한 삶을 바라지만 정작 그러한 기회를 만드는데는 다소 게으르다. 마치 살을 빼곤 싶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같고, 부자가 되고 싶어는 하지만 거기에 합당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살다보면 자신의 마음에 미움과 갈등, 근심과 걱정, 불안과 두려움은 불필요한 요인들이다. 평화를 해치는 원인들을 쫓아 버릴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고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살면서 가장 누리고 싶어하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새벽시간 만큼 좋은 때는 없다. 


<신곡>을 쓴 단테는 평화를 찾기 무척이나 애썼다. 단테는 근심과 걱정, 미움과  고통, 슬픔과 실망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파리로 가서 철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어떤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그는 폭풍이 사납게 몰아치는 어느 날에 산타 크로체에 있는 수도원의 문을 두드린다. 마침 저녁기도를 마치고 나온 힐라리오 수사가 불쾌한 표정으로 “무엇을 구하러 오셨소?” 하고 묻는다. 이 물음에 단테는 “평화요.” 라고 답한다. 그럼 단테가 그토록 간정하게 원하던 평화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오늘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평화는 무엇일까? 단테가 원했던 평화란 단지 전쟁이나 싸움과 불화가 없고 고통과 슬픔이 없으며 근심과 걱정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가 원했던 평화는 예수님이 이미 누리셨고 나눠주고자 하셨던 평화로, 고통과 슬픔근심과 걱정이 있더라도 사랑으로용서로인내로 이겨  것이며 세상에 살되 하늘에 믿음을 두고 살아감으로써 열매 맺는 것이었다예수님의 평화는 버림으로써죽음으로써 얻어지는 열매이다불안과 두려움근심과 걱정을 버리지 못할 고통과 슬픔미움과 증오를 죽이지 못할  얻는 평화는 열매가 없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그래서 버리고 죽는 것이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요하느님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먼 훗날 하느님 대전에 갔을 때 우리가 진정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면 평상시에 하는님의 뜻을 찾고 그 분의 뜻대로 사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