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멈추어보면 어떨까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21 06:38 조회수 : 34
잠시만 멈추어보면 어떨까요?
옛부터 사람들은 삶을 경기장에서 달리기 하는 일에 비유를 해왔지만, 요즘처럼 이런 식의 비유가 적절하게 들리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생활에서는 ‘뛴다’는 일이 비유적인 의미로만이 아니라 본래의 뜻 그대로 습성처럼 되어버렸다. 이침 식사를 거르다시피 하면서 서둘러 학교나 직장에 늦지 않게 가기 위해서는 실제로 뛰어가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게 시작하는 하루의 일과는 일을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고, 돌아와서도 다음날을 대비해서 손발과 머리를 빨리 회전시키는 일을 계속한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몸에 배어버린 우리에게 언제쯤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고 전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게 될까?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런 시점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여전히 마음은 그 무엇인가에 의해서 쫓기고 여전히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다음에 할일들이 머리를 가득히 메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의 삶이 이렇게 앞으로만 끌려 진행되는 모습은 그것을 한 사람의 일생에 연장시켜 놓고 볼 때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는 학창 시절은 계속 상급학교라는 미래의 목표만을 위해서 진행되고, 그 길고 어려운 학창 생활이 끝난다 해서 그런 식의 삶이 같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행해 뛰어야 하는 일은 오히려 생활 전선에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우리 집을 마련할 때까지, 애들의 교육이 끝날 때까지, 직장에서 어떤 자리를 얻을 때까지,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룰 때까지....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나의 삶은 본무대에 올라서보지도 못하고 연습 삼아 대충 살아간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운이 좋아서 하나의 목표가 달성되면 또 다른 목표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그 목표를 행해 뛰는 발걸음은 끝까지 늦추어질 겨를이 없고, 그러는 동안에 나의 인생은 황혼기에 접어들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삶을 돌아보면 마치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다가 끝내버린 듯한 공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는 허무하게 흘려보낸 나의 과거와 그 안에서 발견되는 아쉬움들은 나의 가슴에 깊이 파고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