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부활달걀 나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05 05:17 조회수 : 107

부활 달걀 나눔 


오늘 여성 구역에서 부활절에  신자들에게 나누어 줄 달걀을 삶고 포장할 예정이다. 부활 달걀 나눔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면서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데 있다. 그 나눔의 표상이 곧 삶은 달걀의 나눔이다. 17세기 경 한 수도원에서 시작한 것이 관례가 되어 오늘날까지 부활잔치의 일부분으로 내려오고 있다. 달걀은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고 다산을 의미한다. 더구나 부활 자체가 생명의 기원이 된다는 점에서 달걀이 부활절의 나눔의 대상으로 선택된 것이다. 


한 자매님은 부활 달걀을 30여 년 간 해마다 거르지 않고 만들었다. 코로나가 심했던 때에도 양을 줄였지만 주변 분들에게 나눔을 하실 정도였다. 그분은 부활절 하루 전날, 시장에 가서 달걀을 사다놓고는 목욕을 한다. 그런 다음 깨끗한 몸으로 기도를 드리고 달걀을 삶는다. ‘성 금요일’ 전례를 마치고 저녁을 기다렸다가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바구니에 담긴 삶은 달걀을 테이블에 놓고는 다시 가족들과 기도를 한다고 한다. 이때 기도의 내용은 부활 달걀을 만드는 데 있어서 그리는 그림들이 받는 이들의 마음에 기쁨을 줄 수 있는 그런 부활달걀이 만들어지도록 주님께서 도와달라는 기도이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하는 기도가 끝나면 준비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색칠해 간다. 이런 시간 속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희망과 기쁨을 더욱 느끼고 가족의 사랑을 한층 강화해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으로 그려진 달걀은 다음날 부활 전례를 통해서 축성을 하고 주변의 반원들이나 단체원들에게 몇 깨씩이라도 나누어 준다. 듣기에 따라서는 평범할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나는  그 분의 부활에 대한 확신과 준비하는 마음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부활 달걀을 만드는 데 있어서의 그분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의 자세가 여간 경의로운 것이 아니다. 우선 몸을 씻고 기도하고 다시 가족들과 함께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기쁨이 가득이 담겨질 수 있는 부활 달걀이 만들어지게끔 주님께 도움을 청한다는 그 자체가 감동을 안겨준다. 사실 부활 달걀은 대부분 교우들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런 까닭에 나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성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자체가 무척 조심스럽다.


부활 달걀 한 알이 코로나를 극복하면서 듬뿍 장만하여 믿음을 멀리하고 사는 이웃들과 나누는 것도 부활의 기쁨을 새롭게 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들의 마음에는 아침 이슬에 반짝이는 고운 사랑의 정이 간직되어 있다는 점을 전해 주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평화롭고도 풍요롭게 해주는 가를 가슴에 촉촉이 젖게끔 느끼게 해주는 계기도 될 것이다. 

풍요와 다산, 그리고 생명의 상징으로 해석되는 기쁨이 담긴 예쁜 부활 달걀, 부활 달걀로 축복을 받으며 하늘의 아버지를 향해서 우리들이 사는 시간에 자그마한 사랑의 부활 달걀을 이웃에게 전할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뜨거운 감사를 보내야 되지 않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