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예수님 이라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29 05:04 조회수 : 57

예수님 이라면... 


어느 마을에서 당대에 뛰어난 영성가라고 소문이 난 사람을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 자리가 마련했다. 그는 사랑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했다.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지, 왜 우리가 사랑이 없으면 안 되는지,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이 없는지를 열심히 강의를 했다. 마을의 지도자들은 숙연한 자세로 강연을 듣고 침통한 표정이 되어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마을 회관 앞에서 둘러앉아 떠들며 먹거리와 술을 마시고 곧 춤과 노래가 이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던 영성가에게 술 한 잔하며 놀다 가라고 그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씁쓰레한 표정으로 거절하며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토록 열과 성의를 다해 중요한 진리를 전해주었거늘 술을 마시고 떠들며 놀고 있는 모습이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분은 탁월한 이야기꾼이셨다. 그러나 늘 진지하고 엄숙하며 침통한 분위기에만 잠겨 있지도 않았다.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노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 주위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죄를 잘 짓고,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고, 별로 배운 것 없고, 이기적이고, 잡초처럼 생명력 하나는 질긴 사람들도 그를 좋아했으며 잘 따랐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힘든 일을 피하려 한다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예수님은 잘 알고 있었다. 그분은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나 태도를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차원에서 머무는 것을 우려하셨다. 더 큰 아름다움과 생명을 향해 조금씩 커나가도록 가르침을 주셨다. 그래서 그분 곁에 머물며 그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 중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비록 힘든 일이긴 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생명과 아름다움을 읽어내며 기꺼이 수고와 고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제시한 길이야말로 정말 가고자 하는 마음 조각만 있으면 언제든 있는 길이다.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놀이하는 기분으로, 가볍고 경쾌한 몸짓으로 다가갈 있으면 된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다. 그렇게 기쁘게 놀면서 놀이를 즐기면, 어느새 사람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자신을 닮아 있을 거라는 것을.... 진정할 자유는 느끼며 즐기는 것이다. 잔뜩 긴장한 다음 일을 위해 잠시 멈추는 아니라 온전히 깨어 있으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