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자연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27 06:39 조회수 : 41

자연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물가가 너무나도 높다. 서민들의 삶이 고달프다. 구조적인 문제와 국가 이기심이 결합해서 만든 이중고이기 때문에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머지않아 자원고갈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기름 값과 자원들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팔아버리거나 운행을 절대적으로 줄일 것이고 풍요롭게 누렸던 공산품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땅은 자연스레 자연의 품안에 안기게 될 것이다. 그때 벌어질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봄이 되면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이름 모를 풀과 꽃이 고개를 내민다. 사람들은 자동차에 내주었던 길에 다시 의자를 들고 나와 처음 보는 야생초를 가운데 놓고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면 말다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주차 문제를 놓고 벌인 싸움이 악에 받친 싸움이라면 야생초의 이름을 놓고 벌인 다툼은 정겨운 싸움이다. 아이들도 다시 나와 종류별로 풀을 꺾어놓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자연이 회복되니 골목길은 동네의 사람들에게 삶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 


세상은 인간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사람들만 모아 놓으면 죽임의 논리가 만들어진다. 거기서는 뛰어난 논리와 힘을 가진 자가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땅을 덮어씌운 시멘트 포장 같아서 그 아래에서는 생명이 살아가기가 어렵듯, 사람들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능가하는 죽임의 논리가 만연해 있으면  지배와 피지배, 살육과 약탈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논리가 아니라 자연을 슬쩍 끼워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령 설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수줍게 피어난 꽃 한 송이를 들고 끼어 들어가 윙크를 한번 해보라. 무언가 달라질 것이다. 사이가 별로 였던 사람들이 애완견을 매개로 다정한 이웃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논리로 무장된 인간들끼리 만나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너와 사이에 자연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갈등은 조정될 여지가 생기고 자연으로부터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집집마다, 동네마다, 지역마다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래 흙으로부터 나온 인간이기에 행복 또한 흙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